떠나는 그대에게/ 향린 박미리
- 그대 품에서
- 달콤히 꿀을 취하던 신록들은
꼬리에 불붙은 강아지 마냥
뜨겁게도 달려갔지요
꿀 젖은 입술로 하모니카 불던
아카시아 무더기는
베이킹파우더처럼 소복이
향수를 분사해 놓았고
가슴 이랑 속으로 사랑을 태우던
청보리밭은 또 어떻고요
저 혼자 오월을 섬긴 듯
까칠한 푸념이 하늘을 찌를 듯해도
바람에 터치되는 통통한 실루엣은
희망처럼 나부꼈지요
그러나 세상 어디에나
이별의 법칙은 공평한지라
그대 또한 그 많던 정, 다 접고서
떠나야만 하는가 봅니다
- 그래도 다행인 것은
떠나는 당신 아쉬워
붉은 입술의 줄장미가
입술이 부풀도록 송가를 부르며
그댈 배웅할 것 같습니다
라일락 또한
먼 길 떠날 그대와 동행하겠노라
저 바다를 건너서라도
따르리란 언약도 남기었고요
- 참으로 품 넓은 연정이셨더이다
- 어떤지요?
- 이만하면 그대의 왕관이
충분히 빛나지 않았을지요
청춘의 옷 한 벌 더 벗겨진 후면
향긋한 그 언덕에서 다시 해후할 그대
여왕이시여 그날까지
- 그대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