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의 슬픔.

by Skylark posted Jul 1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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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찔레꽃의  슬픔.


오늘은 하루 온 종일
부슬부슬
봄비가 내렸다.
추운 한 겨울이 지나서도
두껍고 무거운 검푸른색 옷을 입은 채
묵묵히 현관문 앞을 지키던 수문장
주목이
춘심을 못 이겨
잎 끝에
작은 콩알만한
아기씨를 매달았다.



봄의 전령인
진달래 꽃 아가씨가
매섭던 지난해 겨울을
잘도 이겨내고
몰래 몰래
숨어서 키워온
연 분홍색
조그만 아기 꽃망울 들을
여기 좀 보라는 듯
갑자기
터트렸다.

지난해
한 여름날에 피어났던
새 하얀 찔레 꽃.
온갖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던
은은한 향기와
고은 그 자태를
모르는 이 없으련만
꽃이 지면
나 몰라라
그만 잊혀 지는 게
세상 사.

찔레 꽃
빨간 열매를
집새들이나 개똥지빠귀들이 찾아 와서
제발
쪼아 먹어 주기를 .....
애 타는 색  빨간색으로
잘 영글어
목 길게 늘여서 기다리는
찔래 꽃 열매의
안타까움이
이 봄비 속에
애처러이 남아 있을 줄은  
그 아무도 모르리라.

모진 추위를 아랑 곳 하지 않고
겨우내 얼어서 굳 은땅
힘차게 밀어 올리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제일 먼저
봄 뜨락을 점령하는
이별 초의 도톰한 새순과
샛노란색꽃 아기 똥 풀도
뒤질세라
제가끔 돋아나
봄은 이미 이렇게
돌아 와서  있었노라
뽐내고 있다.

키도 덩치도 제일 크지만,
늦 돼어서
초조해진
감나무가
나라고 뒤질소냐
급한 김에
봄 빗 방울을 가지 끝에 매어 달고
높다란 봄 하늘 속에
제 홀로
영롱한
구슬인양
제멋대로 뽐내고 있다.
                                 2003년 3월 16일 씀
          
                                         2003년    7월  10일 Skylark.( 7회 )

< 봄비 오는 뜨락에서...>
(참고)
  * 감나무잎은 봄에 제일 늦게 나오고
                 새들의 먹이인 찔레꽃 빨간 열매는
                                 지난해에 열린게 아직도 싱싱한 채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