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봤다.^^

by Skylark posted Jul 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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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봤다."^^ ~~( 원제... 장마 끝의 정원.)


하루종일 쏟아지고도, 아직도 울분이 남아서인지 어제밤에도 다시 비가  무섭게
쏟아지더니 아침이 되자 거짓말 같이 비가 뚝 끝였다.

밝게 비치는 햇볕에 나무 그림자의 陰影이 짙다. 이제 초가을의 문턱에 닿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비 끝이라서 그런지 바람도 조금은 서늘하다.

계절은 우리가 초등학교 산수시간에 배웠던 分度器로 재듯이 햇볕의 각도에 따라
그림자의 위치가 달라져서 계절 감각을 느끼게 한다.

장마전선이 남쪽으로 내려 갔다고 일기 예보는 전하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새벽부터 신이 나서  짹짹대던  참새들도 장마 비에 지쳤는지
오늘 아침에는 조용하다.

정원에 나가 보니 우선 반기는게 상사화 꽃이다.
말갛고 긴 줄기끝에 연보라 분홍빛의 기다란 꽃이 서너송이 매달려서 피는 꽃,

우선 한송이가 피어나고 두세송이는 좀더 짙은 분홍보라색으로 그 다음에 필려고
차례를 기다리는 이 꽃은 이른봄에 추위에 꽁꽁 언 땅을 제일 먼저 도톰한 잎이
떠 들고 일어나서 봄을 성급하게  알리는 꽃이다.

봄에 일찍이 잎이나서 한동안을 청청하게 봄내 잘 크다가 그만 어느새 잎은 시들어
없어져서  한참을 뜸을 들인 끝에 요사히 초여름에 피어나니 잎사귀와 꽃은 절대로
못만나고 그리워 한다 해서 이름을 相思花 라 했는지.....

눈여겨 보니 여기저기 여러군데에 꽃대가 쑤욱 쑥 예쁘게 솟아 나와있다.

멋없이 키가 큰 취나물 꽃,
장마통에 키가 웃자라서 비틀 거리는걸 나무가지로 고정시켜 주었다.

이 꽃은 원래 이른 봄에 뜯어서 먹는 향긋한 냄새가 좋은 나물인데....

내가 그 꽃에 반해서 우리정원에서는 꽃의 반열에 끼워 놓은 하얀색의 작으마하고
앙징맞은 꽃이 여러송이 모여서 피는 나물 꽃이다. 이제 서너 송이 피어나고 있다.

보라색 한겹 국화꽃을 닮은 벌개미취꽃은 먼저 노란 달맞이 꽃이 진후 쓸쓸해진
이곳 정원에 지금껏 피어나서 그런대로 눈을 즐겁게 하고있다.

자세히 드려다보니 아주 어린 여치가 가녀린 몸매로 벌개미취꽃 잎 위에 앉아있다

엉뚱하게도 이른 봄에 피는 아기똥풀 노란꽃도 심심치 않게 여기 저기 피어있다.

보라색의 참비비추 꽃, 날이 가물때에는 악센 듯하게 꽃을 피우더니 비가 오니
훨신 싱싱하게 크고 예쁜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서 나를 보고 일제히 웃고들 있다.

오랜지 색의 참나리 꽃은 위로향한 잎과 줄기사이 잎이 붙은 겨드랑이 사이에
콩 만한 까만씨를 끼고 씨가 영글어서 이를 심으면 꽃이 퍼지는 꽃이다.

우리 정원에서는 여기저기 퍼져서 심심치 않게 피어나고 있다.

꽈리나무,

어린시절 나의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았던 그 초롱 등불같이 생긴 초록색 열매가
드디어 엷은 오랜지 색의 등불을 켰다.

우리는 기다리던 꽃이 어느날 문득 모습을 나타내면 산삼을 찾아 낸 심마니 같이
기분이 아주 좋아져서 한참은 즐거운 마음이 넘친다. 

 ' 심 봤다 ' 다.^^

아마 이때에  엔돌핀이 마구 생길것 같다.^^

옆집 다세대 높은 층집에 키를 맞추려고 마음을 먹고 크는지 키가 턱없이 높아진
감나무에는 반들반들 기름기가 도는 감잎 사이에 요새 흔히 볼수있는 여름
조생귤만한 감이 여기저기 샛 파란색 보호색으로 숨어서  크고있다.

아담하게 커있는 푸른 단풍나무에 샛빨간 꽃이 피어났다.

이상하게 생각이 되어 자세히 쳐다보니 가지끝의 잎이 요즘 사람 머리에 염색한
것 같이 아주 고운 빨간색으로 잎이 단풍이 들어있다.

갑자기 날이 환하게 드니 어디선가 이름 모를 작은 새가 날라와서 낮은 나무
가지위를 이리저리 날라 다니면서 "찌이 찌이 찌이" 예쁜 소리로 울고 있다.

참새도 드디어 나타나서 간간히" 짹짹짹" 울고 있다.

이제 장마는 끝이 났나 보다.


                                         2003년 7월  25일  Skylark ( 7회 )


[ 그림 :  상사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