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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19 18:14

노변의 향사

조회 수 2220 추천 수 4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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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의 향사.



날씨가 선선해지자 간간히 풀숲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귓가를 간지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매미소리도 뜸하다.
절후의 변화를  먼저 감지했는지 요즈음 모기가 여간 극성이 아니다

한번 물린 자욱은 물파스나 (계관)을 바르지 않으면 여간해서 가라 앉지않고
계속 근지러움에 긁적 거려야 한다.^^

아파트에는 워낙 층이 높아서 그런지 별로 모기의 습격을 못 느꼈는데....

이곳 아들이 사는 개인 집은 바로 앞에 정원이 있는 탓인지 요즈음은 매일 매일
모기와의 전쟁으로 잠을 못 이룬다.

여행을 다녀온후 얼마 동안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부터 나무가 너무 커져서 온 마당에 그늘이 지니 잔디가 모두 사그러져
죽어서 그 자리에 키가 낮고 둥근 주목이나 야생화를 모두 심어 놔서
이제 잔디는 없다.

예전에 마당에 잔디를 심었을 때에는 잔디 사이에 난 잡초 뽑은것과 잔디 깍은것들을
설 말려 놓은것을 저녁을 먹고 난후 매일 초저녁이면 대문안 조금 빼꼼한 곳에 쌓아 놓고

모기불을 짚이면 그 풀 타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며   바람결 따라 머리를 풀어
헤친것 같이 사방으로 퍼지면 눈이  따거워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피하면서

맡았던 풀이 타면서 내는 그윽한  연기 내움의 향기란,....
그 연기에 모기는 맥을 못추고 몽땅 도망 가버리고.....

내가 어릴 때 어쩌다 여름방학때 놀러갔던 시골 큰집이나 외가집에 대한 향수도
불러 일으키고,...

저녁나절 집집마다 밥짓는 굴뚝에서 솟아 오르던 보리짚 타는 내움이 온 마당
가득히 낮게 퍼지던 시골집.... .

그 광경을 멀리 좀 높은 산모롱이에서 내려다 보면은 집집에서 펴오르는 연기는 더
낭만적이고  정겹다.  얼른 달려 가서 그 아늑한 품에 안기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 아직 어릴때이니 모기 불 주변에 뫃여 앉혀놓고
그날 하루 중에 일어 났던 이런 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우면서 ....

너무 불울 휘저으면 불길이 일어나서 연기가 없어지니 효과도 떨어 지고.
"불장난 심하게 하면  너 밤에 오줌싼다" 고 놀리기도 하고....

조잘조잘 대던 그 여운이 아직도 귓가에 살아서 맴도는데 아이들은 커서 이미
어른이 되어 있고 부모인  우리는 너무나 나이가 많아 졌다.

이렇게 모기에게 시달리면서 잠 못 이루는 밤에 왜 고등학교 시절 우리가 국어
교과서에서  배웠던 노변(爐邊)의 향사( 鄕思 ) 모양으로 또 다른 그리움들이.....


모기한테 물리면서 괴로운 이 밤에 생각 나는건 어인 일일까?



                            2003년 8월 19일  Skylark . 이 용분 ( 7 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