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風 落葉
간밤에 갑자기
스산한 가을바람
이리저리 휘몰아치더니
감나무 잎사귀들이
미처
단풍도 덜든 채
우수수 秋風落葉이 되어 버렸다.
그 덕에 한 여름 내
감나무 잎 뒤에 꼭꼭 숨어서
열린 감들이
홍조를 띄우고
나 여기 있노라.
마침내 여기 저기
수집은 얼굴들을
드러내 놓았다.
감나무 밑에
자리한 탓에
그만 그 낙엽들을
몽땅 뒤집어 쓴
둥그렇고 큰 검푸른색의 키가 작은 주목이
이제 부터는
제철을 구가 할것이니 하고 ....
무던히 참고 앉아 있다.
된서리가 오기도 전에
왼만한 꽃들은
벌써
다들 꽃 얼굴을 떨구었는데....
뒤 늦게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구절초가
노란색 씨방을
가슴 한가운데 끌어안고
유난히 하얀색으로 피어나서
의연하게 고개를 쳐들고
傲霜孤節 (오상고절)
추운 날씨 속에도
방긋이 웃고 서서 있다.
여름내 어디런가 이사들을 가서
보이지 않던 참새들이
앞집 처마 끝에 모여 앉아서
누구네 올 벼 농사는 평작은 되었느니
어떤 집 참깨 농사는
참 잘 영글었다느니....
그래도 이곳이 우리 고향집이라는 듯
오늘 아침 유난히도 짹짹짹...
즐겁게 재잘거린다.
동쪽에서
느즈막히 떠오른
가을 햇살이
밤사이 얼어붙은
우리네 집들을
따뜻하게 내려 쬐면서
유리창에 끼어서
눈물을 흘리던
물 성에가 서서히 거두어 진다.
그 지붕안에 사는
모든 우리들
행복하라고
오늘도
따뜻한 햇살이
골고루
환하게
비추이고 있다.
2003년 10월 31일 Skylark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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