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숲에 들어설 때마다 내 몸과 마음은 거덜 나 있었습니다.마음은 사막처럼 모래먼지가 날리고정신은 지칠대로 지쳐있을 때.... 숲은 그런 나를 받아주고,내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하나하나 꺼내게 하여 골짜기 물로 닦아주고나뭇잎의 숨결로 말려주었습니다. 외로움 끝에 찾아오는 고요함을,적막 끝에 다가오는 평화로움을,두려움 끝에 찾아오는 맑은 생각을 나에게 주었습니다. 지친 그대가 이 숲에 오신다면 숲이 나무들이일제히 일어서서 나뭇잎을 흔들어 박수를 치며그대를 받아줄 것입니다.분주한 마음으로 이 숲에 오셨다가 고요해진 마음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대 혹시 사막에 계시지 않는지요?한 손에 경전을 들고 일사분란하게 지도자를 따라가면서도 불안함을 떨칠 수 없어다른 손에 무기를 숨겨둔 채 살고 있진 않는지요? 지켜야 할 수많은 계율이 있고도처에 원수가 숨어 있으며경쟁과 싸움을 피할 수 없어서불안하다면 그대는 사막에 있는 것입니다. 그대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립니다.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그대가 오시기를 기다립니다.도종환 시인의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