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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속사정 / 혜천 김기상

 

 

맴맴맴 매-애-ㅁ....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초저녁까지는 몰라도
자정을 넘겨 새벽녘까지
24시간 낮밤을 꼬박 지새며 울어댄 예는
내 생애에는 금년이 처음이다

낮엔 열심히 울다가도 밤이 되면
뚝 울음을 그치는 게 매미의 염치이자 속성인데
낮밤없이 계속해서
피를 토하듯 앙칼지게 울어대고 있음은
필시 나름의 곡절과 사연이 있를 터

매미 너희들의 속사정이 뭰지 못내 알고 싶구나.

무엇보다도
억겁의 세월을 두고 이어져 온
창조주 하느님께서 점지하신
생명창조의 섭리만은 기어이 지켜내려는
율려(律呂)의 숨결이겠지만,

2,500여 낮밤을 지하에서 굼벵이로 살면서
적선적공(積善積功)한 공덕(功德)으로
겨우 얻어낸 지극히 짧은 생애이지만
감사 · 찬미의 노래만을 부르다가
웃으며 죽어갈 수 있는 생명체가
자기들 말고는 다시 없음을
애써 자랑하는 자화자찬의 포효(咆哮)인가,

7년여의 긴긴 인고(忍苦) 끝에 어렵사리 일구어 낸
우화등선(羽化登仙)의 찬란한 영광을
갑자기 접으려 하니
지극단명(至極短命)이 역겹고 서러워서
가슴을 치며 울어대는 대성통곡의 애가(哀歌)인가,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고 나면
울울창창 시원한 나뭇가지에 편히 앉아
한가로이 사랑노래 부르면서
알콩달콩 짝꿍과 후사(後嗣)를 이을 줄 알았는데
땅속에 아직 남은 숱한 형제들
재개발 포클레인에 몸이 잘리고
굳어가는 시멘트에 질식하여 죽고 있음에
원통하고 절통하여 내지르는 단말마의 울부짖음인가,

밤이 되면 잠을 자야 한다는 것쯤은 본능으로 알고 있지만
언제부터 밤이고 낮인지 구분이 쉽지 않고
첨단선진산업도시가 뿜어내는 소음이 너무 심해서
악을 쓰지 않고는 짝궁이 미처 알아듣질 못하니
후사(後嗣)의 소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큰 소리로 짝을 찾는 구애(求愛)의 외침인가,

매미 너희들의 세계에는
무직자 · 실업자 · 백수 · 명퇴 · 비정규직 · 임시직... 등의
원하지 않는 경우란 있어 본 적이 없을 터
뭬가 아쉬워 그리 낮밤을 지새어 우느냐 ?

맴맴맴 매-애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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