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시절 여름 방학 때 강원도 장성의 탄광에서 석탄을 캤던 일이 있다.
거의 쉬지 않고 여덟 시간 탄을 캐내는 일이란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나오고 욕이 목구멍까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허리가 부러져 나가는 것 같았고 팔근육이 저절로 흐늘흐늘거렸다.
막장 안의 공기는 탄으로 인하여 시커멓다.
얼굴도 새까매질 수 밖에.
이마에서 흐르는 까만 땀이 계속 눈으로 쏟아져 들어와서 눈알이 시큰거렸다.
손등으로 눈을 비비는데 손등에 묻었던 탄덩어리가 눈에 묻어들어가 까악 소리
를 지를 뻔했다.
꼬마 때처럼 엄마! 앙앙앙 엉엉엉 울면서 삽을 내던지고 굴 속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조원들을 쳐다봤을 때 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각자의 캡 램프로 상대방의 앞을 비추어 주며 쉬지않고 묵묵히 석탄을
퍼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도 나처럼 시커먼 땀이 줄줄 흘러 내렸지만 그들은 눈 한번 깜짝
하지 않고 과묵하게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거였다.
'어휴, 저자들은 인간도 아니야. 어떻게….'
여덟 시간의 작업이 끝나고 굴 속을 거의 빠져나왔을 때 내 옆에 있던 나이든
광부가 갑자기 긴 한숨을 푹 내쉬며 나직하게 입술을 움직였다.
“오늘도 살았군….”
그리고 나서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니 그들 모두의 얼굴에도 오늘 사고 없이 무
사히 막장 안에서 빠져나오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빛이 역력했다.
그들도 역시 인간이었다.
다만 작업장에서만큼은 묵묵하게 불평 없이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들이었다.
『이규형/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