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글빙글 돌아서 엉뚱한 길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 왔지만 아이들을 키울때와는 달리 아무런 감흥이
솟아 나지를 않는다.
겨울 속에 봄이런가 오늘은 날씨가 아주 푸근하다.
支川으로 뻗은 개울이 꽤 깊은데, 물이 빠졌었는지 얼었던 어름이 공중에
뜬채 개울 벽에 붙어서 마치 북극해의 해안에 쌓여 있는 천연 빙산 모양으로
겹겹으로 쌓여 있다.
그간의 추위가 전연 실감이 나질 않는데 기온이 아주 낮았던 모양이다..
渴水期로 접어드니 흐르는 물을 가두워서 流速을 줄여 놓으니 어름이 얼었던
모양이다.
가둬진 물길이 서서히 흘러 가면서 혹여 부유물이 떠 내려오면 걸리라고
지그재그로 만든 세멘트 구조물 사이를 바로 쑥 흘러 내려가는 물도 있지만
빙글빙글 돌아서 아주 엉뚱한 길로 빠져 내려 가는 물도 있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落差가 높을수록 거품이 많이 일고 소용돌이치면서 내려가는 물줄기가
제법 사납다.
어디서 날라 왔는지 한가족이 대여섯 마리로 이루어진 갈색 기러기 두어무리가
고개를 날개속에 파묻은 채 물위에 둥둥 떠서 낮잠을 자는지 물길이 흐르는
대로 흘러 가다가 조그만 인기척에도 놀라서 한 녀석이 머리를 빼어 쳐드니
일제히 다른 녀석들도 따라서 머리를 쳐들고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
나라가 세금이 많이 걷혀서 주머니가 두둑한지 자동차가 다니는 큰길가에 원래의
자연석은 아니지만 모서리가 날카롭지 않게 다듬어진 큰 돌맹이들을 보기좋게
세워서 둔덕을 만들고 그 빈속에 흙을 채워서 영산홍이니 도장 나무등 키가 작은
나무들을 심어서 오가는 길손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려는듯 여기저기 벌렸던
공사들을 끝 마쳤다.
나는 길가 人道 보드불럭까지 잔디가 뻗은채 그냥 자연스러운 상태로 있는것도
좋더구만서도 거연히 돈을 들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큰길가에 큰 기업의 본사가 들어 오면서 여름내 한참 오랜 공사를 하더니 엊그제
보니 어디서 떠왔는지 높은 건물에 비례해서 키가 큰 소나무들을 옮겨 심어 놓았다.
기둥감이 될 정도로 곧게 잘 생긴 나무는 아니고 좀 못 생겼는데도, 나무라는게
이상한 마력을 지녔는지, 당장 그 곳이 심산유곡이라도 된듯 큰 거리가 고상해지고
한가롭기 까지 하다.
탄천가 잔디밭 한가운데에 넓직하게 세멘트를 편편하게 깔고 그 위에 마치 진한 綠色
두꺼운 유리를 깐듯이 착각되어 보이는 공사가 한창인데 농구코트를 만드는 중이란다.
요사히 모두 다 살기 어렵다고 허둥지둥들 하는 속에 펼쳐지는 공사이니 民生이야
어찌되든 상관 없이 세월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날 우리세대가 너무나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연유 때문일거라는 생각도 든다.
양지 바른쪽 냇가 기슭을 드려다 보니 융단같이 생긴 물이끼가 한겨울이라는 것을
잊게끔 비로드 같이 부드럽고 매끈한 털같은 결들이 울륵불룩 마치 작은 동산 같이
예쁘게 덮여서 오밀조밀 자라고 있다.
성급한 마음에 벌써 오는 봄이라도 기다리는건지, 파란색으로 곱게 펼쳐 있어서
보는 이의 마음도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게 앙증맞다.
우리가 건배 할때 흔히 쓰는 문자로 ( 이 대 로 ! ) 춥지 않은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2003년 12월 13일 Skylark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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