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by 푸른소나무 posted Dec 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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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산 속에서 밤을 맞게 되었다.

낮 동안 뜨거운 땡볕을 걸어온 나그네는 너무 힘이 들어

더이상 걸음을 멈 추고 풀 숲 아늑한 곳에서 잠을 청했다.

몹시 피곤했으므로 나그네는 눕자마자 골아떨어졌다.

그런데 그곳을 호랑이 한마리가 어슬렁 거리고 가다가

나그네를 발견하고 으르렁 거리며 나그네 에게 덤비려 하였다.

그때 길가가 환해지면서 산 도적떼 한 패가

횃불을 들고 길을 지나게 되었다.

환한 불빛을 본 호랑이는 혼비백산하여 으르렁거리며 도망을 쳤고,

호랑이의 포효에 놀란 산도적 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쳤다.

산도적들 중의 하나가 도망을 치면서 호랑이를 향해 돌을 던졌는데,

마침 지나가던 토끼가  한 마리 가 돌에 맞아 기절하여

나그네 옆에  쓰러져 있었다.  

한바탕의 소동이 지나간 후에

갑자기 숲 속에서 바람 스치는 쏴~아 하는 소리가 났다.

이는 이 숲에 사는 구렁이가 지나가는 소리였다.
    
구렁이는 지금 요기를 하러 나온 참이었는데,

나그네를 발견한 것이다.

나그네를 죽이려고 달려들던 구렁이는

그 옆에 큰 토끼 한마리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는

토끼를 잡아먹고 만족 하여 제 갈 길로 가버렸다.


곤하게 잠을 잔 나그네는

간밤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 것도 모른채,

아침 새소리에 잠이 깨어 기지개를 켠 후,

갈길을 부지런히 재촉하여 걷기 시작했다.  




우리가 확인하고 아는 은혜보다 미처 알지 못하는 은혜가 더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