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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2 19:02

칭찬

조회 수 856 추천 수 1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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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딸이 여동생네 아이 둘과 남동생네 봄이와
송년회 약속을 했다고 한다.
둘째 딸은 마침 이번 일요일이 저희 담임 선생님 결혼식이 있어 그곳을 다녀오는 길에 합류하기로 하며 계획이 제법 치밀하다.


아직까지 서울이라는 데를 혼자 차를 타고 다녀 본적이 없어서인지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도 하더니 캐나다에서 들어 온 사촌 언니의 전화를 받더니 엄살을 줄인다.

나는 아침부터 괜스레 여유가 많아져
세탁기를 두어 번 돌리고 서랍을 정리하고 구석구석 먼지도 털어내고..
고슬고슬 뜨거운 밥을 하여 먹기 좋게 담아 논다.
냉장고에 있는 반찬도 다 꺼내 놓고
생선도 넉넉히 굽고 재어 있던 고기도 굽고 상을 차렸다.

마침 멋진 잔을 함께 준다고 하여 사온 프랑스 와인이
병에 남아 있어 그것을 꺼내 놓고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전원을 넣으니 분위기가 훨씬 근사하다.

와인을 잔에다 깔아 놓으니 빛깔이 참으로 곱다.
자, 이 잔은 이번 해를 잘 보냈으니 그것을 칭찬하면서 한잔.
두 번째 잔은 내년의 희망을 위하여 또 한잔.
시큼할 뿐 뭔 맛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조되는 혼자만의 파티가 나름대로 좋았다.

원래 붉은 포도주는 육류와 함께 마시는 것이라 했으니 고기를 한 입,
안주처럼 입에 문다.
어째 순서가 바뀐 것도 같지만 오늘은 그냥 내가 나의

주인이다.
식당에서 남의 눈치보고 연출하는 행복이 아니라
나를 위하여 상을 차리고 잔을 준비하여 붉은 포도주로 마시니 참 좋구나.

읽던 책 한 권을 마저 다 읽고
눈이 피로할 무렵,
한잠을 늘어지게 자고 나니 아이가 전화를 한다.
외숙모가 함께 자리를 하여 봄이를 데리고 헤어지며
모두 자리를 털었다고 말하는 큰아이의 말에 아쉬움이 잔뜩 묻어 있다.

그럼 너희 넷이 모여서 저녁이라도 먹으렴, 전화해
(신이 나서)네에~

오후의 시간은 나만의 주문을 외고 인터넷으로 들어 가 한참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답글도 달고...

텔레비젼을 켜니 드라마 '완전한 사랑' 마지막 방영 분이다.
모처럼 휴가 기분에 하루가 여유롭더니
화면을 채우는 남자의 외로움이 마음속의 여유를 몰아내고 내 마음을 채운다.
나는 남자와 함께 운다.

울다 보니 내가 왜 이렇게 울고 있는 지 그게 가엾어서 더 울고 눈이 붓도록 울고 나니 차라리 후련하게 정화가 된 느낌이다.

하루를 혼자 지내면서
좋구나, 좋아! 하며 즐거워 하면서도
뭔가 미진한 것 있긴 있는데 답을 찾아내지 못하여 답답하더니 그것마저 눈물로 빠져 나간듯 시원하다.

나는 내일의 더 나은 나를 기대하며 오늘의 파티를 마무리한다.

명자.
잘했어, 더 잘하라구~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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