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 꼭대기 썩은나무 둥치에 딱따구리새가...

by Skylark(7) posted Feb 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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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수리나무 꼭대기 썩은나무 둥치에 딱따구리새가...


      겨울 속의 봄이런가 코끝에 닿는 바람이 상큼하기까지 하다.

      산길에 떨어져 흩어진 낙엽들이 그대로 제 모양으로 남아 있는걸 보면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산을 오른 사람이 드물었나 보다.


      예전 같으면 땔감으로 갈퀴질을 하여 몽땅 긁어갔을 낙엽들이

      그대로 쌓여 있어 보는 마음이 따뜻하고 풍요롭다.


      오솔길 가까이에 있는 맨 윗머리가 꺽여져 나간 상수리나무 꼭대기

      썩은 나무 둥치에 참새만이나 할까한 조그만 딱따구리새가  

      나무속에 숨어있는 벌레를 잡으려는 듯 딱딱 쪼느라고

      우리가 가까이 가도 모르고 구멍을 열심히 쪼아 내고 있다.


      소나무 숲 밑을 지나노라니 상큼한 송진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휘이익 스르르 소리내어 둘러보니 떡갈나무 잎이 겨우내

      낙엽이 안지고  매달린 채 바람에 흩날리며 내는 소리다.


      간밤에 내린 비에 적당히 물기를 머금은 흙은 넉넉한 어머니의

      마음같이 무엇이든 받아주고 덮어주겠다는듯 포근하기만 하다.


      평소 아스팔트나 세멘트 바닥길을 매일 매일 또박또박 소리를 내며 걸어

      다니느라 피곤해진 우리네 발들이 모처럼 대지의 품에 돌아간듯

      포근 포근 맨발로라도 걷고푼 기분이다.


      무너져 내린 진흙더미 사이로 새파랗고 뾰족하게 머리를 내민 풀들이

      봄이 이미 와 있음을 알려준다.


              2002년 1월 18일 씀
              2004년 2월 10일  청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