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에서 ....

by Skylark(7) posted Apr 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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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마음

      전철안은 비교적 한가했다.
      어떤 역에선가 누런 자루를 가진 체구가 자그만 남자 노인이 탔다.

      무얼 팔려고 하나 ?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처다 봤더니 노인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잽싼 걸음으로 선반에 승객들이 보고 버리고 간 헌 신문지를
      거두어 모우는 것이었다.

      아주 깨끗하게 입은 좀 인테리 같이 보이는 노인이다
      다른 칸에서 모아 온 신문지를 두손으로 들고 오니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자기 일인양 자루의 주둥이를 열어서 넣도록 도와 준다.
        
      사실 헌 신문지 값은 형편이 없다. 그래도 별 다른 벌이가 없는 노인이
      궁리끝에 택한 일 인것 같다.

      좌석에 앉았던 어떤 아주머니는 노인이 다른칸으로 신문지를 거두러 간 사이
      전철안 한가운데 놓여 있는 그 자루를 잡아 당겨서 한옆으로 비켜 놓아준다.

      멀리서 시각 장애인이 동냥을 하면서 이 쪽을 향해서 더듬더듬 걸어오고
      있었다. 순간 나는 다들 마음이 참으로 따뜻한 백성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일반인의 경우 노후보장 제도가 전무한 상태다.
      동회에서 주는 한달 교통비 일만이천원과 전철이 공짜인게 고작이다.

      모두 선진화 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데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빈곤하다.
      누구든 이때를 대비해 젊을때 열심히 돈을 벌고 저축도 열심히 해 두어야 한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어려운 삶을 살면서 지금과 달리 아이들도 여럿을 키우며
      아이들이 아파도 의료보험도 없던 시절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몇번
      가고나면 주머니가 텅텅 비곤하여 여간 살기가 갈파로운게 아니었고....

      아이들을 모두 교육도 시켜야 되는 무거운 짐들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도
      여의치 않기도 했다.

      요즈음 남북 이산 가족도 아닌데 어느 요일인가 아침 T.V 방송에 헤어진
      사람 찾기 프로가 있다. 처음에는 오래전 친구를 찾는 프로였던게 이제는

      오 육십년대 주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누구 친척 집, 知人 집이나  또는
      남의 집으로 보내졌던 그당시 어린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된 다음

      부모 형제를 찾는 일들이 끝도 없이 방영 되곤 하여 보는이의 마음까지도
      아리고 눈물나고 슬프게 한다. 그 모든 일들이 그시절에 일어난 이야기들이다.

      이제 아이를 여럿 낳으면 국가가 보조금도 주겠다는 국론도 나오게 되었다.

      여러모로 요즈음 노인 세대는 옛날 농경시대 같이 존경도 받지 못하고 2차
      세계 대전과 6.25 동란을 겪으면서 어렵게 공부를 하고 갖은 고생을 다 해

      無에서 有를 創出 하느라 고초도 많이 겪은 세대이건만 그 덕도 별로 받아
      보지 못하고 빛도 나지 않는 삶을 산 외로운 세대가 된것 같다.

      그러나 한가지 간과 할수 없는것은 그 노인도 예전에는 희망찬 청년이었고
      누구나 예외 없이 하루하루 늙어 간다는 사실이다.


                                       04년 4월  5일  Skylark(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