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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따뜻한 세상 *


    몇 년간 쓰던 시계가 시계줄과 시계를 잇는 나사 한쪽이 망가져서 근처
    시계점을 다 찾아 다녀도 맞는 나사를 찾을수 없어서 한참을 못쓰고 있었다.

    드디어 어느날 시내에 나갈 일이 생겨서 가는 길에 남대문 수입상가에 가면
    고칠까 하고 찾아갔다.
    시계의 전지 약을 넣는 곳을 찾아가니 줄을 바꾸는 코너는 따로 있단다,

    시계줄을 드려다 보더니 이리저리 분류해 놓은 부품 상자 속을 뒤지고 서랍을
    뒤져도 마땅한게 없다가 드디어 맞는 나사를 찾았는가 싶어 한시름 놓으려니
    불과 8 ~ 9 밀리 크기의 조그만 나사가 잘 안 맞아서 끙끙 실갱이를 한다.

    무슨 물건이든 세월이 지나면 부품이 없어서 멀쩡한 것도 못쓰겠구나
    생각을 하며 민망한 마음을 금지 못하고 있으면서 잘못하면 요사히
    흔해 터진 왼만한 시계를 사는 돈이 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잖아도 이 참에 새 시계를 장만하라는 아이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공연히 고집을 세우다가 배 보다 배꼽이 더 크겠네... 하고 생각하며
    보고 있는데 드디어 한참 실갱이 끝에 겨우 맟추어서 고쳐졌다.   
    ("얼마나 돈을 달랠까 !!"... )

    "수리비는 얼마입니까 ?"
    나는 요새 인건비가 얼마나 비싼데 얼마를 달래든지 간에 주는수 밖에 없지....
    하고 반 체념을 하고 있는데......

    "됬습니다. 그냥 가져 가세요.^^

    하는게 아닌가 !!  어떻게 이런 일이 ??

    "그래도 얼마라도 받으셔야죠^^ 너무 미안해서...."
    " 아닙니다. 잘 쓰세요. 양쪽도 아니고 한 쪽인데요 뭐 ^^"

    고맙다는 인사를 정중히 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을 하니 요새 인심들이
    너무나 각박해 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우리의 마음속에 그리 늙지도 않은

    사십대 초반의 그 수리해준 사람의 마음에서 우리사회의 따뜻함과 밝고
    환한 미래를 본 것 같고 아직도 믿고 살만한 세상이라 생각하니 너무나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

    그런데 집에 돌아 와서 보니 너무 기쁜 나머지 시계 전지약을 새로 넣어야
    된다는 걸 깜빡 잊었디.

    그 사람이 너무 애쓰며 힘들게 실갱이를 하는걸 보다가 그만 그걸 잊어 버렸다.
    너무나 오래 안 차고 둔 사이 전지가 달아 없어진걸 몰랐다.
    시계는 하루에 두 번만 맞는 시계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 따뜻한 마음의 감동에서 받은 여운 때문에 얼마 후 시계 전지약을
    넣으러 다시 그곳을 찾아 갈 생각이다.

    물론 이번에는 돈을 주고 약을 갈아 넣을 것이다.


                                  04년 4월 8일 Skylark(7)




  
  • ?
    소정 2004.04.11 22:35
    skylark!
    작은 것이지만 따뜻한 나눔의 마음은 본인과 남에게
    기쁨을 갖어다주지요,
    우린 그런 시계포 아저씨의 나눔의 미덕을 배워야 겠지요?

    skylark의 옛것을 알뜰히 아껴쓰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난 요즈음 간혹 젊은세대들의 낭비벽에 멍청해지고
    이질감이 느껴질때가참 많아요,

    우리는 우리방식대로 살아가는게 자연스럽겠죠?
    그런데 우리가 구세대는 구세대가 맞는가봐요
    battery 를 시계약 이라고 하니 말이예요 ㅎㅎㅎㅎ

    시계 약 ? 넣으러 또 남대문 시장 까지 갈건가요^^^
    동병상린(同病相隣) 소정
  • ?
    청초 2004.04.12 13:55
    소정님.

    요사이 같이 물건이 넘치는 시기에
    그런 행동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이지요 ?

    그래도 멀쩡한걸 버리기는 아깝고....
    그후로 건전지를 넣어 왔지요.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큰아이가 제가 쓸려고 가지고 있던
    숫자판이 큰 시계를 주어서
    같이 쓰고 있지요.

    우리 세대는 워낙 모든 물자가
    귀한 시절에 살아 온지라...^^

    즐거운 봄날 되시기를 .....

    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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