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되어 온갖 꽃들이 제가끔 제 고운 자태를 자랑하여 벌나비를 불러 모으고 있다. 대문 옆을 지나노라니 은은한 찔레 꽃향기가 코끝에 스치어 지나가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60년대 처음 이곳에 이사왔을 때만 해도 원예농업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때라 덩쿨 장미라고 길에서 파는걸 사다 심어 보면 영낙없이 찔레꽃이 피어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이 토종꽃을 좋아하게 되었다. 가냘픈 듯 소박한 하얀색 찔레꽃이 높은 담장 위로 얼기설기 덩쿨을 뻗어서 방긋이 피어 있는 정경을 보노라면 마음이 스르르 편하여져서 자연스레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게 된다. 엄동설한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봄이 오면 잊지도 않고 다시 새싹을 틔우고 제 마다 개성이 다 다르게 제 모양대로 다시 피어나는 이 꽃들을 보노라면 너무나 오묘한 자연의 신비에 경의를 보내게 된다. 섬 초롱꽃이 꽃길 옆에서 공손히 손님을 맞이 하듯이 여기 저기 조용히 분위기 있고 예쁘게 피어나고 있다. 마치 혼사 전날 새색씨 집에서 신랑을 맞이 할때 거는 청사초롱 처럼 ... 오늘 아파트에 사는 외손주를 위해 몇 구루의 이 섬초롱 꽃을 꽃삽으로 파는 한편 화초에 좋은 거름이 되는,지렁이가 마당에 물글뭉글 분비해 놓은 지렁이 묽은 흙 배설물이 마른것을 굵어 모아서 함께 비닐에 싸고... 초등학교 이학년인 이 손주 아이는 화초 키우기를 좋아해서 화분에 있는 꽃에 도맡아서 열심히 물을 준다기에 그 마음을 키워 주기 위해서 여러가지 야생꽃 모종들을 뽑아서 보내 주었다. 이제 곧 노랑 꽃을 피울려고 꽃봉오리를 잔뜩 맺고 있는 돌나물. 이미 연 초록색 초롱꽃을 몇송이 예쁘게 매달고 피어 있는 섬초롱 꽃나무, 일년 내내 끝도 없이 조그맣고 앙징 맞은 하얀꽃이 피는 사랑초 꽃등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크면 마음이 삭막하여져서 동식물도 사랑할줄 모르게 되어 병아리가 높은데서 떨어지면 죽는지 안죽는지 보려고 병아리를 높은 아파트에서 떨어 뜨려 본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마음이 섬뜩하던 생각을 하면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 아이 마음 속에 자라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 그 마음의 예쁜 싹을 잘 키워 주고 싶다. 넓직하고 억세게 자리잡은 엉겅퀴 꽃이 처음으로 보라색 꽃 송이를 피워 냈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다. 원래 그 자리에는 여름내 짙은 분홍색 접씨꽃이 한 삼십년간 터주 대감 모양으로 피어나던 자리다. 그런데 어느해 겨울 혹독한 추위에 그만 얼어 죽어 버렸었다. 약으로 사다 먹은후 씨를 받아 두었던 둥그렇고 잘 생긴 누런 호박의 씨를 흙구덩이를 둥그렇고 깊게 파서 썩은 부엽토 거름을 넉넉히 묻고 얼마 전에 심어 두었던 호박씨들이 바람에 날러온 흙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채 큰 떡잎을 떡 벌려서 펼치고 여기 저기 쑥쑥 돋아 나서 크고 있다. 못생긴 여자를 비유하는 대표적인 꽃인 이 지천꾸러기 호박꽃도 보고 그래도 도심에선 보기 힘든 이 꽃 속에 파고 깊이 들어 가서 온몸에 노란 꽃가루를 묻히고 꿀을 따는 몸집이 제법 큰 벌들도 보고.... 싱싱하고 어린 호박 잎을 따서 줄기의 걷 껍질을 살짝 벋겨내고 쪄서 풋고추를 숭숭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인 깡된장 양념 찌개를 얹어서 쌈을 싸서 먹을때 입안에서 터져나온 된장의 뜨겁고 알싸한 그 맛이란....!! 운이 좋으면 둥그런 호박도 몇 개쯤 딸수만 있다면 더 더욱 다행이겠고 ... 이제 감나무에도 무수한 감꽃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걸 보니 올 해는 감도 풍년이 들려나.... 은근히 기대가 된다. 04년 5월 16일 Skylark(7) |

2004.05.16 02:12
은은한 찔레꽃 향기가 코 끝에 스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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