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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 핀 오랜지색의 영산홍 꽃이 함초롬하게 비를 맞고 짙푸른 잎사귀와 대비되어 유난히 그 색깔이 곱다. 두물 째 피어난 검붉은 흑장미가 제법 세게 쏟아지는 비를 마냥 맞아서 안타깝게도 후즐근하게 쳐저 버렸다. 올 봄에 태어난 어린 참새들이 이제는 제법 파닥 파닥 잘 날라서 낮은 감 나무가지 사이를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제법 능숙하게 날며 조금은 넓직한 감나무 잎새 아래 숨어서 비를 피하고 있다. 오늘은 하루 온종일 늦 봄비가 주룩주룩 온 세상을 적시고 있다. 앞집 지붕과 우리 집 지붕 처마 끝에서 뚝뚝뚝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는 낙수물 소리에 집안에 있다는 안도감과 같힌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교차되는 한 낮이다. 비는 점점 더 세게 내려 그냥 주루룩 주루룩 쏟아 진다. 사람이 사람을 믿는 다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못 믿으면 세상에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우리집 화장실 수세식 변기의 물 조절하는 기구가 고장이 나서 물이 밤낮 없이 졸졸졸 넘쳐 흘러서 정말 일년 여 동안 상수도 물 값을 배는 더 내면서 지냈다. 요사이는 물값에 쓰고 버리는 하수도세 까지 부과되니 수돗물 값이 전과 달리 비싸졌다. 고치는사람 만날 일이 꿈만 같아서이다. 수리업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깊은 불신 때문에 그냥 그러며 지내다가 요 며칠 전 도저히 그냥 있을수 없는 다른 수리를 하느라 하는김에 이 고장도 같이 고치게 되었는데, 정말 너무나 간단하게 안에 부품을 바꾸고 돈도 시간도 조금 들고 고치는 것이었다. 먼저 만났던 집수리 일꾼은 다른 일도 함께, 식당바닥 누수 되는걸 찾아 고치는 일을 맡겼는데 끝까지 성의를 다 해서 하는게 아니라 딴집 일을 또 맡아서 겹치기로 일을 하면서 딴집 일이 끝난후 밤 늦은 시간에 나타나서 그도 사람인지라 피곤하기도 하니까 일도 제대로 마무리 하지도 않고 돈만 받은 후 고장도 못 고친 상태로 시간만 흘러가자 우리가 지쳐서 포기를 했었다. 그러다 나중에 보니 이사를 가 버리고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 후로는 사람에게 시키는 수리는 일절 시킬 념을 못내고 마냥 시간을 보내니 수도 물값이 배는 더 나와서 이번에 지불한 그 수리비의 몇 배를 흘려 보내 버린격이다. 요즈음은 집수리들도 대략 하는게 아니라 인테리어 차원에서 하니 그 소요 비용이 아파트의 경우 웬만한 집 한채 꺼리가 들기도 하니 엄두가 안 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헐어서 새로 다세대를 지으니 이도 우리가 바라는바가 아니다.조금씩 수리를 하려해도 기술자들이 큰 공사판 일만 상대하고 가정집 조그마한 수리는 성에 차지를 않아 아예 할려고 하지를 않는다. 사람들이 모두 간들이 커져서 작은 돈은 아예 눈에 보이지를 않아 마냥 바가지를 씌을것만 같아 엄두가 안난다. 완전히 우리도 피해의식 팽배다. 십여년 전인가 집값이 자고나면 급등을 했던 노태우 정권 말기 수많은 아파트를 일시에 짓는 바람에 여기저기 일꾼이 턱없이 모자라서 천정부지 오른 인건비가 지금까지 이어져 그 후 다른 분야까지 확산되어 인건비가 제일 비싸게 되니 거의 모든 기업들이 이제는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중국 같은 외국으로 생산시설들을 모두 옮기게 됬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일자리가 거의 없어져 젊은이들이 대학을 나온후 일을 하고자 해도 일할 자리가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진게 아닌가.....?? 그래서 최근 한국은 유례없는 젊은 실업자 양산 시대에 살고 있다. 황금알을 미리 더 꺼내 먹으려고 거위의 배를 가른 이솦우화가 생각난다. 언제부터 우리사회가 이렇게 황금만능 주의가 팽배해 졌는지 생각하면 한심하다. 일한만큼만 경우 껏 받고 지나친 프레미엄은 떼어 버려야만 너도 나도 다 같이 잘 살게 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조금 수리를 할 일이 있어 부탁을 하면 일하는 이는 기꺼히 찾아 와서 일한만큼만 일당 품삯을 받고 지성으로 고쳐 주곤 하던 인심 후하고 미풍양속이 살아있던 堯舜時節 같았던 그 때가 그리워진다. 04년 5월 28일 Skylark(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