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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8 23:48

이사 온 고양이 一家.

조회 수 1132 추천 수 14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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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 온 고양이 一家.

      6월의 문턱을 넘어선 정원은 어느새 흐드러진 녹음으로 짙 푸르게 뒤덮였다.

      은은한 향기를 품어내며 다소곳이 피어 있던 찔레꽃도 내년에 더 많은 꽃들을
      피워서 모든 이의 사랑에 보답을 하려는 듯...
      그 가시가 돋힌 넝쿨들을 굵고 무성하게 가지를 널리 그리고 높이 높이 뻗고 있다.

      마당 한 옆 덩치가 큰 감나무에는 아기모자 같은 꼭지를 쓴 작은 대추 만큼 큰
      감들이 이제는 틀림없이 가을까지 열려서 감 구실을 제대로 하겠다는 듯이 꼭꼭
      매달려서 내려다 보고 있다.

      마당에는 미국 달맞이 꽃인지, 모양은 달맞이 꽃같이 생긴 낮에 피는 노란꽃 !
      언젠가 동네 친구가 미국에 사는 여동생이 몰래 숨겨서 가져다 준 것을 나에게
      몇 포기 나누어 주었던 샛노란 꽃들이 넓게 퍼져 무수히 피어나서 마치 츄립꽃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꿀 벌들은 그 노란꽃속에 파뭍혀서 향기에 취한듯 딩굴면서 꽃가루도 묻히고
      꿀도 따가지고 이꽃 저꽃으로 신나게 날라 다니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엔가  생각지도 않았던 고양이 한 가족들이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그 전에 우리가 개를 키웠던 개집 자리로....

      세멘트 스라브로된 이 개집은 원래 담밖에 구멍이 나서 쓰레기를 수거하게
      되어 있던것을 쓰레기 수거 방법이 달라짐에 따라 그  배출구를 막고 담안에서
      옆으로 새로 구멍을 뚫어서 개집으로 개조 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개집들은  몇 해가 지나면 비를 맞고 썩어서 또 장만해야
      되니 궁여지책으로 이렇게 개조 했었는데 마지막 개를 키운 뒤로 오랫동안
      비어 있던 자리에 어찌 알았는지 고양이가 갓 낳은 고양이 세마리를 데리고
      이사를 온것이다.


      어미는 털이 좀 어두운 누런 색 줄무늬가 있고 어린것들은 검정색 한 마리와
      몸은 까맣고 뒷다리 한쪽 털이 하얀 것 또 한 마리는 어미를 닮은 듯 검정색이
      짙은 얼룩무늬 누런 털색이다.

      어미는 밤이면 그 개집으로 어린것들을 데리고 와서 같이 잠을 자고 낮에는
      울창한 꽃 그늘 아래, 꽃나무 사이에 어린것들을 데리고 피신을 다닐 모양이다.

      마침 접시꽃이 빨간 색으로 곱게 피었기에 반가워서  무성한 꽃사이를 헤치고
      뱀이라도 나올것 같아, 조심조심 발을 드리 밀어 들어서니   
      "시익~시익~" 이상한 소리를 내어 자세히 보니 이 고양이 일가가 마침
      그곳으로 피신을 왔던 모양이다.

      그까짓 작은 짐승이 위협을 한들 대수이랴 싶지만 어린것을 거느린 짐승이
      威脅音을 내니 조금 겁도 난다.

      잠시후 다시 찾아 보니 없어져서 어디로 갔나 하고 살펴 보니 들켰다 싶은지 다시
      개 집으로 들어가 구석에 숨어서 어미는 간데 없고 어린것들만이 두눈들이
      초롱초롱 아주 경계하는 눈초리로 쳐다 보고 있다.

      어찌그리 철저하게 경계를 하는지 어린것들도 벌써 야성으로 길들여진 모양이다.
      당분간 우리 집은 쥐들이 꼼짝을 못할것 같다.

      어디서 몰려 왔는지 까치떼 서너 마리가 감나무 가지 사이에서 부산하게 나 대며
      시끄럽게 우지진다.
      참새들도 잊지 않고 같이 짹짹거리니 숲이 우거지면 온갖 짐승들도 좋아서 모여
      드는것 같다.

      진보라색으로 그 예쁨을 한껏 뽐내던 엉겅퀴 꽃은 이제 그 씨앗이 영글어서 연한
      갈색 빛 솜털에 쌓인채 온 사방으로 널리 퍼질 준비가 완료됬다.

      이십여년 동안 해마다 이맘때면 같은 자리에 곱게 피어 나곤 하더니 몇해전 겨울
      강추위에 얼어 죽은 꽃 대신 올해에 새 접씨꽃이 빨간색으로 예쁘게 다시 피어났다.

      그 씨앗이 새로 싹이 돋고 커 나서 그 다음 세대를 이어 받은 것이다.
      자연의 순리대로 !!

                                             04년 6월 8일 Skylark(7)





  • ?
    김 혁 2004.06.09 04:34

    정원에 심은 꽃과 감니무 그리고 빈 개집에 고양이들이 들어온
    내용을 소재로 재미있게 글을 쓰셨습니다.

    왼쪽 메뉴중의 방명록에 들어가시면 9회 홍환식 후배가 Skylark선배님께
    질문을 하였는데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 ?
    소정 2004.06.10 11:53
    skylark ! 그집에 둥지를 잡은 고양이 일가는 참으로
    영특한 고양이 군요,

    그렇게 좋은 낙원이 이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요?^^^^

    새로온 짐승은 내 쫓지를 않는 법이라는데 이제 한식구가
    됬군요, 고양이도 때때로 참 시끄럽게 울어대기도 하지만.....

    그집 낙원같은 정원에 집을 마련한 고양이 가 대견하고 부럽워요^^^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계절에 숲이우거진 그곳에서 여름을 지내면
    더위를 잊을수도 있겠군요, 소정
  • ?
    청초 2004.06.10 16:50
    김혁 동기님

    이제 귀국하실 날이 하루하루 가까워 지시는군요.
    멀리 타국에서 이리 꼬리 글도 써 주시고...

    끊임없는 관심 감사합니다.
    부디 건강하게 귀국하시기 바랍니다.

    04년 6월 청초.


  • ?
    청초 2004.06.10 17:02
    소정 !!

    그 미물도 내 울타리 안에 들어 왔으니
    우리 식구 같이 생각이 되어서

    애정을 가지고 보려고 애를 쓰건만
    그 녀석들은 철저하게 경계를 하니
    어이가 없어요.

    이제 젖 떨어 지기 연습을 시키는지
    이곳 저곳 온 정원을 돌아 다니며

    어린것들이 "야웅 야웅"거리니
    안스럽기 조차 합니다.

    아들은 우유를 주어 볼까 어쩔까 하고
    걱정이 태산이지요.

    그래서 말렸지요.
    그들의 어미가 알아서 잘 하고 있을 터이니
    야성으로 살아가게 두어야 된다고...

    그래도 전에도 고양이가 우리집에 둥지를 튼적이 있어서
    보면 다 커서도 담 위로 돌아 다니면서
    우리 집을 끼웃 거린적이 있지요.

    그래도 고양이는 별로 의리있는 동물 같지 않아서
    그만 잊혀지더군요.
    좀 크면 그들도 뿔뿔이 혜어지겠지요.

    오늘도 날씨가 은근히 덥던데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기를....

    그리고 고맙고....*^.^*

    04년 6월 청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