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속에 늦게 한 두송이 피어난 초롱꽃이 애처롭고...

by Skylark(7) posted Jul 0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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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맛비 속에 늦게 한 두송이 피어난 초롱꽃이 애처롭고... 

      이름도 예쁜 (태풍 민들레)가 처음의 거센 위세와는 달리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자 날이 개이는듯 하더니 다시 7월 제철 장마로 접어들어 섰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가 오니 사방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대로 집안에 있다는 아늑함과 비가 오는 정경을 보는 운치도 좋다.
      비 오는 소리도 오는 위세에 따라서 高低 장단이 모두 다르다.
        
      아기 잠재우듯 솔솔 내리는 비에서 부터 젊은이의 정열을 달구듯 마구
      쏟아지는 소낙비 소리에 우리의 감성도 민감하게 작용을 한다.

      오늘 내리는 비는 주룩주룩 지루하게 장맛비條로 하루 종일 내릴 모양이다.
      오래 된 집이니 어디 새는데는 없나하고 신경도 쓰인다.

      마당은 흥건히 빗물로 젖어 있고 빗물 때문에 숨을 못 쉬게 된 작은 미꾸라지
      만한 지렁이들이 여기 저기 나와서 기어다니고 있다. 이들 지렁이의 배설물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뿐더러 토양의 오염도 측정 기준치가 된다고 한다.
        
      정원의 나무들은 비를 맞아 그 잎 끝에서 빗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른에게
      크게 혼나는 아이들 모양 후줄근 하게 서서 있다.

      꽃이 모두 진뒤 콩알만하게 열린 찔레꽃 열매, 조그맣고 앙증맞은
      하얀 꽃송이들이 오밀조밀 붙어서 조의 이삭처럼 핀 까치수염 꽃.
      장맛비 속에 늦게 한 두송이 피어난 가녀린 초롱꽃이 애처롭고...

      정원 산책 길 갓을 두른 둥그렇고 누런 늙은 호박색과 같이 생긴 돌맹이
      옆에 돋아난 고사리 잎처럼 생긴 식물은 비를 맞아 비실비실하는 다른
      풀들속에서 빳빳하여 그 모양새가 제일 산뜻하게 더욱 돋 보인다

      어제 낮 잠깐 햇볕이 반짝 드니 제 시절을 만난듯 재잘대던 새들도 비가 오니
      꼼짝도 않고 모두들 조용하다.

      공해 때문에 소독을 자주 못하니 나뭇 잎에 송충이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여기저기 성하여서 정원에 새들이 수시로 찾아와서 즐거운 잔치를 벌리며
      우지지는 모양이다.
        
      무슨 생물이든 햇볕이 없이는 커 날수가 없다. 부푼 기대를 가지고 지난 봄에
      여기저기 심어본 호박들이 심긴 자리에 따라 커가는 양상이 제가끔 모두 다르다.
        
      잎이 나기 전 햇볕이 잘 들던 자리인 감나무 아래에 심은 호박들은 감나무가
      잎이 무성해지자 햇볕이 한줄기도 스며들지 않으니 시들시들 명만 겨우 붙어있다.

      그런대로 호박잎이 제일 무성한 곳은 대추나무 아래다.
        
      이 나무는 처음 젊었을 때에는 어른 엄지 첫마디 크기 보다 더 굵고 달콤한
      대추가 조롱조롱 열어서 보기에도 풍성하고 가을이면 불긋불긋한 대추를
        
      한말 정도 수확을 하여서 대추나무 재미를 주던 이 나무도 해묵어서 나이가
      드니 열매는 안 열고 잎도 성글어 져서 나무등걸만 엉성하니 남아 있다.
        
      이 나무에 " 대추 열매 대신 호박이나 열어라"
      하고 넝쿨을 올릴 참인데 호박이 몇 개나 열리려는지 자못 궁금하다.

      비는 언제나 그치려나 ...  !
      남의 심중을 아랑곳 하지않고 아직도 비는 즐기 차게 내리고 있다.

                                                        04년 7월 7일 Skylark(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