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더운 여름도 제풀에 지쳐서.... .
올해는 유난히 덥다.
에어콘을 켜고 선풍기를 쉴새 없이 돌리고....
갖은 노력을 다해도 올 더위는 여간해서 피해서 빠져나가기가 어렵다.
지하철을 타고 시내 일주를 하던가, 대형 할인점에 가서 쇼핑을 하거나
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곳까지 오고 갈 일이 꿈만 같아 해보지 못하고....
선풍기는 돌리고 돌려도 뜨거운 제 바람을 그냥 되돌려 받게 되고...
에어콘을 켜니 칼 바람이 뜨거운 공기에 섞이는 형국으로
그 영역만 벗어나면 뭉게 구름 같은 더위와 습기가 온 몸을 휘감는다.
그래도 이상한 건 나무들은 더위와 상관없이 언제나 싱싱하게 푸르르고
가까운 숲속의 매미들은 제철을 노래하듯 몇중창으로 흥겹고 끈질기게 울어댄다.
승용차를 타고 스쳐가며 본 한강가 풍경 속에 휘늘어져 예나 다름없이
긴 머리결을 흔들흔들 거리는 수양버들이 한가롭고 ...
이 더위 속 우리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고 몸을 식혀주는 자애로운 한강 물 !!!
언제나 보아도 말없이 유유히 흐르는 한강 물이 유난히 믿음직하기조차 하다.
다른 풀을 휘감고 올라가며 나지막 하게 길섶에 피어있는 연분홍색 메꽃이
무더위 속에 수집은 소녀처럼 유난히 해 맑고 정겹다.
여름이면 보리쌀 삶은 물을 소쿠리에 밭혀서 매운 풋고추 숭숭 썰어 넣고
열무김치 담구셔서 우리에게 시원한 밥 반찬을 열심히 만들어 주곤 하시던
나의 늙으셨던 할머님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그 옛날 내가 어린 시절 여름이면,겨자색 발이 고운 삼베로 만든 팔이 짧은
베적삼을 빨아서 쌀뜨물에 색을 내신다고 담구어 두시기도 하고....
쌀밥을 풀주머니에 넣어서 바락바락 힘껏 주물러서 된풀을 먹여서 한나절 따가운
햇볕에 말려서 당일 손질해서 입으시고.....(지금 생각하면 아주 옛 이야기다.)
남자들은 삼베로 베 잠뱅이를 만들어 입으면 그 삼베 올올 사이로 바람이
오락가락 솔솔 통하여서 온몸 구석구석까지 너무나 시원하다고 들었다.
그때는 선풍기도 없던 시절이라 오직 누런 장판지 색의 부채나 자연풍에 더위를
식히고 시원한 자연 소재로 된 옷을 만들어 입으시며 더위를 지내셨던 것 같다.
내가 아는 나의 할머님은 여든일곱해를 사셨는데 어렸을때 겪으셨던 전봉준의
처참했던 동학란과 이씨 조선후기의 개화기 시절 혼란기를 종종 이야기를 해주곤
하셨는데... 그땐 그게 무슨소린지 어린 나는 알길이 없었고...
얼굴에 주름이 하나 가득 하셔서 나는 할머니는 원래부터 그리 할머니로 태어
나셨나 보다고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모진 더위와 추위를 이기고 오랜 세월 사시는 동안 그만
고우셨던 그 얼굴에 주름이 하나 가득이 되셨던 것인데....
이 더운 날에 문득 이미 아주 오래전에 고인이 되신 할머님 생각이 떠오르는것은
그때도 몹씨 덥게 느꼈었던 모양이다.
할머님과 나는 한방을 썼었는데 종종 할머님의 지난 옛 이야기를 잘 해주셔서
그당시 나의 자그마한 고민도 할머님과 이야기를 해서 위로를 받곤 하던 생각에
새삼 나의 할머님이 그립다.
이미 말복도 지나고 햇볕의 각도를 매일매일 바뀌어 가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
이미 가을은 찾아오고 있다.
T.V. 뉴스에서는 벌써 추석 귀성 예매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고....
이제 머지 않아 들녁 길가에는 키가 큰 코스모스가 예쁘게 한들거리고....
이 따가운 햇살 속에는 예나 다름없이 올 가을의 풍요로운 수확의 기쁨이
약속되어 있다.
무던히 참고 지나다 보면 이 무더운 여름도 제풀에 지쳐서 서늘한 가을에게 비켜서
자리를 내어 주고 그렇게 세월은 또 지나 갈 것이다.
04년 8월 몹씨 더운 늦여름 어느 날 Skylar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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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과 수도권지방의 기온이 36.2도로 금년은 물론 10년이래
최고 기온이라니 무척 더운 날씨이지요?
그래도 이제 머지않아 서늘한 가을이 오고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피는
결실의 계절이 오려니 생각하며 더위를 이기는 것이지요.
여름철에는 어렸을때의 추억이 많지요.
반딧불이, 원두막, 뜰의 평상과 모깃불 그리고 누어서 관찰하든
여름 하늘의 별등이 생각납니다.
여름을 상징하는 연주곡이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이 막바지 더위를 잘 이기시고 건강한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