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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꽃의 반란


      이른 아침 눈을 뜨기전 잠자리에서 정원의 새들의 명랑한 지저귐 소리를
      듣는 일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그런 날은 무엇인가 잘 될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이제 날씨가 선선해지니 유리창에 비치는 햇살도 따뜻하게 느껴지고
      나무 그늘도 음영이 다시 짙어졌다.

      한여름 뜨거운 날씨에는 그들도 어디로 피서를 가는지 조용한 정원에 무엇이
      빠진것 같이 허전하게 느껴지곤 했는데 생각하면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빠져
      있는걸 느낄때가 종종 있다.

      어느틈엔가 가을 들꽃들이 기다리기나 한듯이 제 소박한 자태를 뽐내기 위해
      제 가끔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기 시작한다

      뜨겁고 무더운 여름날에는 꽃들도 잠시 쉬는지 거의 야생화를 심은
      우리 집 정원은 별로 핀 꽃들이 없었다.

      게다가 유례 없이 너무나 무더웠던 지난 여름은 유난히 송충이 벌레가 기승을
      부려서 정원의 활엽수인 감나무 박태기나무 뽕나무 심지어 영산홍 잎까지

      먹을수 있는 것은 모조리 갉아 먹으면서 성하여서 하는수 없이 손이 닿지
      않는 키가 높은 감나무 가지들을 뭉턱뭉턱 잘라 버렸었다.
        
      찔레꽃도 잎사귀가 벌레에게 모두 먹혀 버려서 가지만 앙상 하더니 연초록색
      연한 새순이 새로 나면서 앙증맞은 찔레꽃 열매가 여기저기 귀엽게 열려 있다.
      가을이 되면 빨갛게 익어서 정원의 운치를  한층 더 하리라.

      선들 가을 바람에 기운을 차렸는지 몇 군데 씨를 심고도 영 성장이 시원찮던
      호박이 반란을 일으키 듯이 그 성한 기세가 어찌도 왕성한지 제옆에 서 있는

      대추나무와 단풍나무 위로 넝쿨을 뻗고 잡을게 없으면 하다 못해 거미줄에라도
      그 갈고리 순을 걸고 오르려다 무게에 못 견딘 거미줄이 끊어지면서 줄기가

      땅바닥으로 툭 떨어 지는 지경도 인내하면서 느즈막히 동그랗고 귀여운 호박
      열매까지 맺고 하늘을 찌를듯이 호박 순을 뻗히고 있다.
        
      뼈도 없는 일년생 호박 줄기가 몇년씩 묵은 딱딱한 가지의 나무들을 제패한 느낌이다.
      사람도 젊은 날 무엇인가 일이 잘 안풀려서 고생을 하거나 지지부진 하다가

      포기하지 않는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면 종국에는 성공이란 단 열매를 얻는다는
      교훈을 본것 같기도 하다.
        
      한편 자연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의 종을 번식시키기 위하여서 보이지 않는
      끈기로 애쓰는 자연 본능을 확인 한듯 가슴속 뭉쿨함을 느끼게도 한다.
        
      가지가 모두 잘려서 올해에는 열매가 시원찮은 감나무도 다시 가지를 잘
      정비하여 우리집 정원에 알맞고 보기 좋은 크기로 다시 키울 희망을 가져본다.
        
      원래 나무는 사는 집 보다 키가 너무 크거나 성하면 집이 어두워지니
      바람직 하지는 않다.

      보통때 같으면 열매가 잘 여는 이 나무를 아까워서 어이 자를까 싶어 한참
      망서려졌을 이 일이 벌레가 성하므로 해서 다시 보기 좋게 자르고 새로운
      나무로 태어나는 계기를 맞았다.
        
      그렇다.  
      인생이란 아무리 비관적인 상황에서라도 다시 긍정적인 쪽으로 이끄는 방향
      전환의 계기로 삼을 능력이 누구에게나 잠재 되어 있다는 소박한 생각을 해본다.

        
                                                 04년 10월 5일  이용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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