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by 소정 posted Oct 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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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아리..!

        詩 /홍윤숙...과 ...


    여자는 마음밭을 파 
    둥근 항아리를 묻으며 나이 들어간다
    더러는 텅 비워도 보고
    물에 물을 채워 
    순해지기도 어질어지기도 한다


    둥글어 진다는 건 맑은 것 맑은 건 슬프다
    각이 지고 모가 나서 좌충우돌 부서지며 너무 많은 것들 잃고 난 후에야 슬프고 아픈 기억도 인애(仁愛)의 꽃으로 피워 낸다


    바람불고 가랑잎지는 가을이 오니 빈 항아리는 비어있는 속이 더욱 출렁거려 담아둘 꽃 한송이 그리다가 스스로 한 묶음의 꽃이 된다

    누군가 저처럼 비어서 출렁거리는 이 세상 어둡고 깊은 가슴을 찾아 그 가슴의 심장이 되고 싶어진다

    빈 항아리는 비어서 충만한 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