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바지 된서리라도 내릴려는지.....

by 이용분 posted Nov 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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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꽈리 나무>

      이제 막바지 된서리라도 내릴려는지...
       
      유리창에 비치는 햇살이 이제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이제 정원은 휘몰아치는 늦가을 찬바람에 모든 들꽃은 스러지고
      담장 위의 찔레꽃 열매만이 늦게 나온 이파리와 대비하여
      예쁜 빨간 열매를 매단 채 찬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다.

      봄부터 시작하여 온갖 꽃들이 피고 지는 화려한 시절은 다 끝나고
      이제 늦가을의 스산하고 쓸쓸한 기운만이 정원에 가득하다.

      오상고절(傲霜孤節) 국화라지만 호박잎과 꽃도 아직은 푸루르다.

      지난번에 그 예쁘게 자라던 둥그런 호박은 어느 누가 탐을 냈는지
      어느날엔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예리한 칼로 호박의 삼분의 일 정도를
      싹둑 잘라 갔다. 된장 찌개를 앉쳐 놓고 호박 생각이 났나 보다...

      따 갈려면은 몽땅 따서 가져 가버릴일이지....
      도심도 아닌 주택가의 인심이 자못 사납다고 느껴진다.

      길가에서 담위로 올려다 보이는 단풍나무에 매달려 열려서 그래도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푸근하게 해주고 향수를 느끼게도 해 주었을 터인데....

      이제 막바지 된서리라도 내릴려는지 하늘이 움침하고
      흰 눈발이라도 내릴듯 구름이 낮게 드리웠다.

      서리 맞기전에 호박잎 된장찌개라도 끓일 생각으로 호박나무 순 끝의
      부드러운 잎을 따서 줄기의 겉 껍질을 손톱 끝으로 벗겨 내면서
      둥그스럼 하게 커서 누렇게 늙은 호박을 기대했던 애뜻한 마음을 접는다.

      어차피 인생도 이와 같이 큰 희망 뒤에 가졌던 기대와
      본의 아니게 맞은 실망을 뒤섞어 마시면서

      하루 하루 이렇게 살아 나가는게 아닐까 !!


                    04년 11월 17일  Skylark(7) 씀


                                   (찔레꽃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