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대청소 하는 날에.....

by 이용분 posted Nov 2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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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대 청소하는 날.


      탄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支川邊을 따라 생긴 한가한 산책 길.

      아침부터 무슨 일인지 노인들이 삼삼오오 어깨에 무엇이라
      적힌 띠를 똑 같게 두르고
      손에는 하늘색 큰 비닐 봉투와 커다란 집개도 하나씩 들고.....

      오늘은 운동이 부족하신 노인들을 운동이라도 시켜드리면서
      약간의 용돈이라도 동회에서 드릴 모양인지.....

      일본어 공부시간에 조금 늦어서 재빠르게 지나가야 될 나의 처지에서는
      제 가끔 다른 걸음새로 느릿느릿 걸어 가시는 그들이 나에게는 진짜
      진로 방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들도 젊었을 적에는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일을 했었을 분들이 나이를
      자시니 하나같이 체형도 구부러지고 다리도 휘어서 오리 걸음같이 뒤뚱걸음이시다.

      뒤 따라 가면서 보니 길에 떨어져서 나 딩그는 가을 낙엽들은 해당이 안되고
      어쩌다 버려진 담배꽁초. 조그만 꼬무래기 휴지조각...

      시장가는 길도,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큰 길도 아니니 별로 더럽혀져 있지
      않은 길이다. 손에 쥔 그 큰 봉투에 집어 넣을게 별로  없어 보인다 .

      그런데 어떤 노인이

      " 에그 이거 개똥 아냐 ? 누가 개똥을 이렇게....."

      당연히 집개로 찍어서 넣으려니 했더니 이거 밟지 말라는 경고이시다.
      앞에도 벌써 많은 남자 노인들이 거쳐간 뒤라 이를 못 보았을리 없는데,...
      ...
      나는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다시 그 길로 오게되어
      그 오물은 그 뒤를 따라 오던 많은 노인들이 치웠겠지 하고 무심히 보았더니

      아뿔사!!  그것은 그냥 아무도 밟지 않은 원래 모습으로 그냥 남아 있다.

      옛날에는 그런대로 노인들이 빗자루를 들고 마당과 골목을 슬슬 쓸면서
      무료함도 달래고 젊은이들의 힘든 살림살이도 도와주고 했건만.....

      이제 노인들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너무도 빠르게 적응하여
      젊은이 못지 않게 자기 본위적이고 현대적으로 변해졌구나 하고

      조금은 씁쓰름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04년 11월 20일 Skylark(7)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