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쓸쓸한 겨울정원에 찾아와서 환상적인 목소리로... 가을에 뒤늦게 누런빛 단풍이 들었던 산수유나무 잎이 다 떨어졌나 했더니 따뜻한 겨울 날씨에 계절을 깜빡 잘 못 알고 새 잎순을 가는 붓꽃 처럼 뾰족이 내밀고 있다. 그래도 뜨락의 다른 나무나 들꽃들은 깊은 겨울잠에 잠긴 듯 일부 추위를 잊은 관옆 넝쿨 들풀 외에는 푸른 색을 잊은 채 검 붉은 색으로 혹은 노란색으로 질려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그중 제일 추위를 못 견딘듯 옥잠화는 펄펄 끓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라도 낸듯 멀건 색으로 지질쳐서 키대로 펴고 들어 누은 잎이 보기에 처참하다. 그래도 키가 아주 낮은 매 발톱의 이파리는 노란 은행잎 색으로 물들어 제법 그 색조가 아름답다. 맥문동은 아직도 검푸른 난초처럼 싱싱하고 집 벽 아래 바짝 자리 잡은 접씨꽃 순이 금방 봄이라도 맞은듯 절기를 잊고 싱싱하다. 진달래꽃의 잎은 낙엽도 안 지는지 아직도 누런 잎은 잔뜩 매어 단 채 혼자서만 늦가을이다. 올해에는 수확을 포기한 키가 제일 큰 감나무 열매에 까치. 참새. 개똥지바퀴 등 이름 모를 새들이 모여들어 짹짹짹, 찍찍찍 글로서는 도저히 흉내 못 낼 아주 환상적인 목소리로 이 쓸쓸한 겨울정원에 찾아와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다. 담장 위에 걸친채 이제는 누렇게 변한 잎 사이로 고혹적인 빨간색 앵두 같이 모양을 뽐내고 있는 찔레꽃의 빨간 열매가 또한 이들 새들을 유혹하고 있다. 현관 앞에 묵묵히 검녹색으로 무게를 잡고 서 있는 둥그렇고 큰 주목나무에 올해에는 각가지색으로 명멸하며 반짝이는 크리스마스의 예쁜 장식등을 매달아서 즐거운 성탄 기분을 내며 이 쓸쓸한 겨울 정원..... 얼어 가려는 마음을 달래 보아야 하겠다. 2004년 12월 12일 청초 씀 (7) <꽃순이 돋은 산수유 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