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큰 풀들이 물길 따라 하류로 향해 고개를 숙이고 ..... 우리가 사는 아파트 뒤쪽 작은 개울에는 밤새 내린 비로 아주 연한 진흙 색으로 변한 물이 급한 물살로 흐르고 있다. 어디선지는 모르지만 水源이 그다지 길지 않은 개울이 조금만 비가 오면 노한 진흙탕 물이 퀄퀄 흘러내리고 비가 안 오는 보통 때에도 끊이지 않고 맑은 물이 쉴새 없이 흘러간다. 물이 맑아도 평소 이 곳에 고기가 거슬러 올라오는걸 본적은 거의 없다. 보통 때 탄천 本流에 흐르는 물은 생활 하수로 오염이 된듯한 조금은 거무죽죽하고 탁한 물이 흐르지만 그래도 큼직한 붕어나 잉어가 서식하는걸 보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옛말이 옳은 듯 하다. 물론 너무 경우가 밝고 똑똑한 사람말고 어수륵하고 인심이 좋은 사람 주변에게는 많은 사람이 낀다는 것에 비유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실제 보니 그렇기도 하다. 흐린 물에 프랑크톤이나 물벌레를 먹고사는 잔고기들이 서식을 하기 때문에 이를 먹이로 삼는 큰고기들도 이곳서 먹이를 얻기 때문이리라. 실제 나는 낚시를 아주 좋아해서 전에는 남편따라 꽤 자주 낚시를 다니곤 했는데 물이 너무 맑고 수온이 찬 저수지나 수로에는 붕어가 많이 서식하지 않고 조금은 흐릿하고 미지근한 물이라야 고기가 많다는걸 경험에 의해 익히 알고 있다. 언제인가 전라도 쪽 중소도시에 있는 도심 공원에서 이제는 거의 듣기 힘들어진 개구리들의 개골개골하는 울음소리를 듣고는 더 생각할 여지없이 이곳은 사람이 살만한 자족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마철이니 비가 오는게 이상할건 없지만 하늘이 흐리기는 하지만 설마 하고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채 나선 아침 산책길에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본격적으로 굵은 빗방울이 내려치니 얇은 여름옷이 금새 젖어 더 앞으로 갈수가 없다. 산책로 머리위로 걸쳐 지나가는 넓은 도로 교각 밑에서 비를 피하노라니 나처럼 우산이 없이 나온 산책객들이 하나 둘 모여서 비를 피하게 됐다. 학교 다니던 시절 외에는 이렇게 대책 없이 비를 만나기는 오랜만이다. 처음에 얼마간은 참을만하더니 한참을 기다리는 동안 조금은 지루해져서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이들의 태연한 모습이 차차 부러워진다. 초등학교 삼학년때쯤 이었을까 (그곳에서 한 일년쯤 살고 서울로 이사를 왔었는데) 정식 다리를 건너려면 너무 돌아가서 멀어 보통때도 큰 개울을 건너야 학교에 갈수있는 동리에 살던 나는 바로 밑의 두살 터울 남동생과 지금처럼 비가 내려 물살이 센 상당히 넓은 개천에 책가방을 머리에 이고 건너려고 멋도 모르고 개울물에 들어갔다가 어이없게 센 물살에 떠내려 갈뻔 했던 아찔한 옛날일이 떠오른다. 빠른 물살에 저만치 떠내려가는 책가방을 겨우 건져서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집에 돌아 올수 있었다. 그때는 해방 직후라 교과서 紙質도 색이 누런 종이로 지금은 그런 종이를 보려해도 찾아 볼수 없는데 지금의 마분지 종류의 질이 아주 나쁜 얇은 종이가 황토 물에 젖고 붙어서 문적문적한 책장을 한장한장 조심스럽게 뜯어 방바닥에 쭉 펴놓고 며칠을 말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비가 주춤하여 조금씩 내리는 비를 맞으며 종종 걸음을 걸으며 보니 개울에 진흙탕 물이 일차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키가 큰 풀들이 물길 따라 하류로 향해 얼차렷 하듯 고개를 깊이 숙이고 뒤집어썼던 진흙을 방금 내리는 빗물로 샤워하듯 씻어 내고 있다. 냇가에 나무가 무성하니 그 속을 찾아 온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가 낭낭하다. 큰 물살을 피한듯 조금 물살이 덜 급한 작은 개울에 어린것 네 마리를 거느린 어미 야생오리를 보았는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온데 간데 없다. 아무래도 오늘은 우산 없는 서러움이 집 없는 서러움과 버금가듯 커다란 우산을 쓰고 여유자적 걸어가는 이들의 여유러움이 부러운 날이다. 05년 7월 2일 Skylark(7) |

2005.07.02 12:09
키가 큰 풀들이 물길 따라 하류로 향해 고개를 숙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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