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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2 08:43

빗 속에서의 행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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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 속에서의 행복 .

    올 장마는 참으로 참 하다느니 적당히 비 오고 개이고 괜찮다느니
    칭찬을 하였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쏟아 붓는다.
    아침에 큰아이가 일본에 출장을 가기 위해 영종도 공항엘 가려고 7시쯤 집을
    나서는데 떠나기도 전에 집 앞에서 잠간 사이 들여치는 비에 옷이
    거의 다 젖는다.

    비행기가 결항(缺航)을 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하였는데 다행히 비행기는
    이륙을 하여 일본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전화까지 받았는데...
    하루 온 종일 쏟아지는 비에 꼼짝없이 갇혀서 혼자서 단독주택에 들어앉아
    있자니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다.

    정원을 살펴보니 빗물에 함빡 젖은 들꽃들은 키도 웃자라고 몸을 못가누고
    이리저리 비틀거린다.
    비는 식물이 자라는데 꼭 필요한 요소지만 넘치면 해롭기도 하다.

    한동안 별러서 못처럼 맺은 봉선화 여린 꽃봉오리들이 물러져서 아깝게 후두득
    떨어졌다. 다른 나무 줄기를 휘감고 겨우 한송이 한송이 피어나던
    꽂자주색 나팔꽃도 세찬 빗줄기에 꽃잎이 찢어 졌다.

    앞뜰 들꽃들 잎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뒷곁의 선라이트 지붕 위에
    ( 비가 들이치는걸 막고 다용도 공간을 위해서 만든 ) 마구 쏟아지며 내는
    타타탁탁탁` 하고 연속되는 빗소리를 들으며 아파트에서는 느껴 보지못하는
    스릴과 운치를 맛보게 한다.
    구옥(舊屋)이라 비가 오면 혹시 새는 곳은 없나 신경도 쓰인다.
    비가 너무 한꺼번에 쏟아지면 하수관 이 막힐 까봐 마음이 졸여 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 집은 지대가 조금 높아서 삼십여년 살동안 한번도 침수된 적은없다.

    아파트보다는 조금은 더 땅에서 가까우니 조금은 습하기도 하지만 밤에
    한지붕 아래 모여서 가족이 다 함께 아늑하게 편히 누워 한 집안에 자면서,

    잠결에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을때의 안도감 내지 평화로운 느낌은 무엇에도
    비교 할수없는 행복감 마저 느끼게 한다.
    이런 점이 아파트에 사는것 보다는 정서적으로 아주 좋은 점인것 같다.

    60년대 그 당시로는 계획된 신도시라 하며 몇십만평을 개발하여 집터도
    좀 넓게 잡아서 봄이면 집집마다 담넘어로 줄장미 꽃과 라일락 향기가 은은히
    퍼지던 아름다운 전원주택가였다. 해가 바뀔수록 이제는 한 채 한 채 집이 팔려

    헐었다 하면 다세대를 지어서 이곳이 이제는 전원주택이 아닌 인구의 과밀현상
    내지 생활환경 조악으로 이어질것만 같다.

    한 구루의 나무라도 심는게 환경미화 내지 정서 함양에도 꼭 필요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건축업자의 이윤 추구와 한평의 땅이라도 많은 인구의 수용이라는
    목표를 가진 정부의 목적이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인것 같다.

    마당에 푸른 잔디와 몇 포기의 꽃, 몇 그루의 나무라도 심어 놓고
    날만 새면 날마다 부지런히 먹이를 날르는 개미들의 생태,
    비가 내린 다음 땅위로 기어 다니는 지렁이,
    훨훨 날아 다니는 나비들의 춤,
    예쁘게 핀 꽃에서 부지런히 꿀을 모으는 벌들을 보게 하면서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키울 목적으로 우리가 이곳을 얼른
    떠나지 못한 큰 이유였다. 주변 환경이 그대로 있지 않으니
    이제 이곳에서는 사라져 가는 허망한 꿈이라는 생각이 서서히 든다.

                                    2005년 7월 12일 Skylark ( 7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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