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보릿짚을 때서 지은 구수한 보리밥에... 한참 동안 집안간에 혼사일이 없어서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중소도시에 사는 친인척들과 그간 서로 만남을 갖을 기회가 적었다. 돌아가신 제일 큰집 백모님께서 오십줄에 얻으신 막내 아들인 사촌 동생의 딸아이가 결혼을 하게 되어서 모든 일가친척들이 오랫만에 모두 모였다. 가는 세월은 어느 누구도 막을수가 없어서 우리 항렬의 세대는 거의 육십을 넘어서게 되니 서로가 너무나 그리웠나 보다. 진심어린 반가운 인사와 손길, 정감 어린 눈길들... 이제사 인생이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알게 된 나이에 이르렀다. 그러나 짧은 결혼식과 부페식 점심 식사도 하객들이 많은 탓에 복잡해서 같은 자리에 모여서 못하고 각각 흩어져서 끝내고 예매 해둔 기차표 시간 때문에 쫓기듯 아쉬운 이별들을 하고 기차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이 서운하기 이를데 없다. 생각하면 여름 방학이나 겨울 방학때면, 찾아가곤 했는데 서울에 살던 나로서는 유일하게 시골의 정다운 정경과 생활을 경험할수 있는 기회였다. 한 여름에 보릿짚을 마당에 골고루 펴놓고 말려서 보리타작을 하는 구경을 하기도 하고 내 키보다 훨신 긴 도리깨질을 서툴게 해 보기도 하고.... 무더운 여름날 보릿짚을 때니 탁탁 튀는소리 내며 활활 타는 아궁이 위에서 지은 구수한 보리밥에. 토담 위로 뻗은 호박덩굴에서 연한 잎을 따다 줄기의 껍질을 벗기고 밥솥에 쪄서,풋고추를 숭숭 썰어서 넣고 짙게 끓인 된장을 얹어서 쌈을 싸서 먹을때 혀끝이 알싸하고 묘한 맛과 시원한 열무김치도 곁드린 맛. 마당에 떡 펴놓은 두툼하고 조금은 거칠거칠한 멍석위에 둘러 앉아서 사촌들과 어울려서 점심을 먹던 일..... 겨울이면 볏집을 때서 짓던 구수한 가마솥 밥과 구수한 누룽지 숭늉의 맛 뒷곁에 있던 우물 속에 살던 붕어를 신기 한듯 드려다 보던 생각.... 툇마루에 올라서서 내다 보는 들녘은 모두 푸른 논과 밭들이고... 싸리문 옆에 있던 사철 푸르던 미나리꽝, 조금 꼬부라진 사잇길 따라가면 물살이 꽤 빠르고 조금은 깊은 개울물에서 삐걱 삐걱 소리를 내며 돌고 돌던 물레방앗간. 그 옆에 흐르는 좁은 또랑에 헌 얼개미체를 꺼꾸로 대놓고 있으면 거슬러 올라오던 송사리나 미꾸라지, 피래미, 붕어,새뱅이가 제법 많이 잡혔던 추억. 겨울방학 때면 사촌 오빠와 사촌 동생들, 큰집 외갓댁 사돈네 학생 총각들까지 동원이 되어 서울에서 온 귀한 손님인 나를 재미있게 해주려고 겨울밤 초가지붕 처마끝 볏짚속에서 일찍 잠을 자려고 숨어있는 참새를 전지로 비추어서 잡던 생각... 나는 그 참새 고기를 한번도 먹어 본 적은 없었다. 그후로 그 사촌 오빠는 陸士에 들어 가서 領官장교가 되었지만 지금은 칠십이 넘으셔서 머리도 다 희시고 나이가 많으시다. 그간에 잊었던 어릴적 생각에 잠겨서 지나가 버린 세월들이 흐르는 기차창 밖 풍경과 어우러져 영화휠림 처럼 스쳐간다. 지금 그곳도 이제는 개발이라는 물결에 떠 밀려서 옛 풍경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이고 옛 이름들만 남아 있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요즈음 세태에 이제는 서로 개인주의에 치우쳐서 귀찮게들 생각하지만 가까운 친인척간 모임을 좀 자주 갖기도 하여 서로 자주 만나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05년 7월 15일 Skylark(7) |

2005.07.15 17:00
여름날 보릿짚을 때서 지은 구수한 보리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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