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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이 오면 생각나는곳 (청량대) *
                                        
                            ( 부제:오렌지꽃 향기는 바람에 휘날리고...)


성동역 옆에 자리하고 있는 우리학교는 교문을 들어서면서 학교현관으로
들어가는 길 양옆에는 봄이오면 노란 개나리꽃 사이사이로 진 분홍색 밥풀
꽃이 섞여서 피어 있던   (나중에 알고 보니 박태기 꽃 나무이었다.)
약간은 굽은 길로 학교 교실까지 걸어 들어가는 길은, 이맘 때쯤이였는지
조금은 시원하기도 하여 그 당시 어린 나에게는 거의 환상적인 것이었다.

그러잖아도 이십 몇대 일로 들어 왔다는 긍지와 멋있는 곤색 상의 안에는
하얀칼라 샤쓰에 사선으로 짤라서 만든 곤색 넼타이까지 턱 매고
나풀거리면서 강종 강종 ,,,
  
지금 생각해 봐도 해방후 그 難時에 그런 휏션으로 교복을 차려입고
얼마나 신이 났었을까 ...
(해방후 물자가 아주 귀하고 어려웠던 시절이라 곤색 교복 치마는
아끼시던 어머니의 모직 세루치마를 염색해서 만들어 주셨었다)


          (사진속의 꽃이 박태기 꽃임)

그 후로 그렇게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는 긍지가 평생 나를 지탱해주는
최고의 버팀목 역활을 상당히 크게 하였었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한테 까지도...^^

그 시절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했었다.
` 나는 닭 머리 보다는 소 꼬리를 택했노라고...`   ^^
` 그래도 덩치가 큰것은 소 잖아 `하면서... ^^

처음 수험생 소집이 있던날 넓은 학교 운동장을 꽉 메웠던 수 많은 수험생들
모습이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눈앞에 선하고 합격하기가 너무 어려울것이라는
생각에 반은 떨어 질것을 각오하고 시험에 임하라고 말씀하셨던 초등학교
6학년때 담임 선생님의 말씀도 아직 귓전에 남아 있다.

처음 입학을 하자마자 조사한 앙케이트에서 7회 입학 신입생중에 우등
안한 사람 없었고 반장 안한 사람 없었다는 말이 전해졌다.

그 당시 特次였던 우리학교에 시험을 보고 떨어진 학생은 1차인 경기.서울.
진명.숙명등 그 당시 명문중학교 이었던 그 학교에 시험을 보았는데 그들의
수험 경쟁률은 2;1. 3;1 수준이었다.

내가 살아온 일생 중에서 어린시절, 나만의 그런 기쁜날이 있었던 건
정말 너무나 큰 축복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뜻밖의 민족적 최대 비극인 6.25사변이 일어나는 바람에
그만 정들었던 단발머리 학교 친구들과도 뿔뿔이 헤어지고 모든것이
깨어져 버린 환상이 되어 버렸었지만....
그때 헤어진 급우들중 수복후에도 영원히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몇몇이 있다.

학교 본교사 앞의 정원은 유럽풍으로 그 당시에는 그런식 정원을 가진 학교가
또 있을까 싶게 멋있고,규모는 좀 작았지만 한가운데에 큰 분수대도 있고,..

몇해 전엔가 프랑스에 여행을 갔을때 보니 벨사이유궁전의 정원이 그런
風이었다. 소련의 상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제정 러시아의 여름궁전도
그런 식이었던것 같다.

그런데 거기 그 분수대에서 물이 품어져 나오는걸 나는 한번도 본 기억은
없다. 3 층 교실에서 내려 다 보이는 잘 꾸며진 정원을 보노라면 우리는
모두 귀족집 자제들이였었다.


고3 졸업반 무렵에는 그 분수대 위에서 같은반 친구들과 함께 `나도 나도`
하면서 우루루 하도 많이 올라와서 떨어질까봐 서로 끌어 안고 끼어서
얼굴 남기기 기념 사진도 많이 찍었었다.

아주 넓다랗고 네모가 반듯한 큰 운동장에서는 럭비반 상급생 남자 운동
선수들이 다람쥐 같은 옆으로 갈색 무늬진 유니폼을 입고 한쪽으로 긴 타원형
럭비공을 차면 ( 그렇게 길게 생긴 공은 그때 처음 봤슴 )
꼭 삐뚤어지게 날라 와서 신출내기 우리를 당황하게 하곤 했었다.

매주 어느 요일엔가 있었던 교련 조회, 멋 있고 신나는 취주악단의 연주에
발 맞추어서 보무도 당당하게,( 일학년이라 맨 꼬랑지에 졸졸 쫓아 갔지만,)
그 위용이란 정말 그당시 용두동 일대를 뒤흔들어 놓지 않았었을까?  

나는 제일 큰 나팔, 메기에도 힘들어 보이는그 큰 나팔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행진을 하면서 붕붕 대던 그 취주악단 `옵빠?`가  
제일 인상에 남아 있다.

어느 여름날 3층 음악교실, 어느반 음악 시간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열어
놓은 유리 창문을 통해 흘러 퍼져 나오던 (오랜지꽃 향기는 바람에 휘날리고...)
라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합창곡은  나이를 잔뜩 먹어 버린 지금,  
몇십년이 흘적 지나가버린 요즈음에도 그 곡을 듣고 있노라면 그 시절의
향수가 아련하게 떠 오르곤 한다.

학교 뒷길로 약간은 언덕진 길을 올라가서 있던, 선농단이 있던 ( 청량대 )
그 곳에서는 배구대회가 열리기도 하고, 농구 골대가 있어서 한적한 경기장이
되기도 했다..

나도 잘 하지도 못하는데 느닷없이 선수로 뽑혀서 상급반 언니들과 배구
시합을 한 기억이 난다.
그때 찍은 사진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에 두었는지...

그 곳은 이 맘때면 개나리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카메라가 귀한 시절인 그때에는 직업적인 사진사가 노상 학교에
상주하고 있어서 봄이면 개나리꽃 속에 파뭍혀서 한 장,



만개한 벚꽃 아래서 급우와 다 같이 한장, 이런식으로 그나마도 열일곱살
가장 앳된 나의 고등학교 시절 모습이 지금도 조그마한 흑백 사진속에
보물 처럼 남아있다.

그 때 같이 사진을 찍었던 같은반 친구는 졸업을 한후 한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아직도 사진 속에서는 지금도 앳된 모습으로 나와 함께
다정하게 웃고 있다.

선농단 비석이 있고 청량대 가시 철망 담 밖에는 포도밭이 참 많았었다.
그래서 후문을 통해서 들어 오려면 구불구불 포도밭 사잇 길로 와서는
약간은 급경사가 진 언덕진 길을 올라서야 학교 뒷문으로 들어 오곤 했었다.

참 ! 노란 금색 단추가 멋지게 달린. 마치 해군제독 같은 제복을 입고
금테모자 까지 쓴 수위 아저씨는 우리가 학교에 들어가고 나오는 걸 봐도
절대 저지 하지를 못했었다.
그 제복의 수위 아저씨도 멋졌지만 우리도 얼마나 자랑스러웠었는지... ^^

(그 후로 을지로 육가로 학교를 이전했지만 우리는 모두 그리로 이사
가는걸 참으로 좋아하지 않았다.복도가 낡고 달아서 삐걱거리기도 하고
교실이 어둡고 침침한데다가 교정도 비좁고....)

지금도 청량대엔 여전히 벚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을것만 같고 교문에서
학교 현관으로 들어가는 완만하게 구부러진 길 양옆에는 이 봄에도
노란색 개나리와 진분홍색 박태기 꽃이 한창 곱게 어우러져 피어 있을
것만 같다.

그곳이 우리에겐 영원히 잊지 못할 많은 추억과 진한 우정이 변하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 ....
원래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2003년 4월   5일  씀                                     
                              2005년 9월 28일 이 용분(7회)
   


(음악을 계속 듣고 싶으시면 아래 까만 삼각형을 살짝 건드리세요^^.)


  
  • ?
    소정 2005.10.03 17:27
    skylark !!!
    청량대가 있던 옛 우리들의 학교풍경과 그때 그시절의
    학창시절을 눈앞에 훤-이 본듯하게 잘도 기억해서 그려주어서
    새삼스레 그리워지게 합니다,

    우리집은 그때 안암동에 있었기에 항상 뒷문으로 통학 했었지요,

    안암동 뒷산을 넘어 아기능 있는곳을 지나노라면 능옆에서 한참씩
    친구 영순이와 시간 가는줄 모르게 이야기 꽃을 피웠던 추억이
    이글을 읽으면서 기억 저-끝에서 그리웁게 되 살아남을 느낌니다.

    영원히 있지못할 우리들의 추억어린 시절을 잘 묘사해 주었군요.
    좋은글 올려주어 고맙습니다.
  • ?
    김 혁 2005.10.04 18:59

    이용분 동기께서 올려주신 위의 글은
    총동의 "선농문학상 추천게시판"에 출품한
    작품입니다.

    우리 동기들이 힘을 모아 영예의 수상작품이
    되도록 총동 게시판에 들어가서 추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苦戰奮鬪하는 우리 동기에게 힘을 모아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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