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옅은 구름 뒤로 몸을 숨긴 채 날씨는 흐릿하고 산들바람 불어 산책을 하기 좋은 날씨다. 근처에서 조촐한 점심을 사먹고 청계천을 향해 들어선 첫 골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욱 줄을 서서 있다. 무슨 일일까 하고 물어보니 왕만두 가게라는데 안을 드려다 보니 보통 만두의 네배는 되어 보이는 크기의 밀가루로 빚어 놓은 둥굴고 하얀 만두들을 쪄 내기 위하여 넓직한 소쿠리 위에 준비해 놓여 있다. 줄을 선 많은 사람도 문제지만 그걸 익히려면 매번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릴텐데... 마치 사십여년전인 60년대 5.16 쿠테타가 일어난 해에 한파로 흉년이 들자 나라에서 주는 쌀 배급을 받기 위해 너도 나도 동회 앞에 주욱 줄을 섰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 난다. 나는 결혼을 하여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던 시절이었다. 왜 이런 날 그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는지.... 세월이 몰라보게 좋아져서 요사이는 너무 영양을 과잉 섭취해서 이제 비만에 성인병을 걱정하고 같은 값이면 좀 더 맛있는 먹거리는 없을까 두리번거리다 보니 별것 아닌 이런 먹거리는 어떨까 하고 호기심에서 제법 기다려야 될 것 같은 이곳에서 줄을 서고 있는것인지 아니면 청계천을 찾은 축제 분위기에서 그렇게 된 것인지 점점 꼬리는 길어만 간다. 길 한켠에서는 돼지 바베큐를 준비하여 통돼지가 막 불위에서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하고 길가에 가운데를 막대기로 바친 듯 가운데가 뽀족하게 솟아 오른 흰포장 막을 치고 갈대줄기 가리개를 세워서 경계로 삼아 빈대떡하고 막걸리등 간단한 먹거리를 팔며 잔치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그렇게 쓰인 안내판을 걸어 놓은걸 보니 그런걸 파는 것 같다.) 아무튼 사람들은 조금은 흥분해서 너도나도 가족 단위로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일로 청계천을 향해 가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우리처럼 원래의 보도 길위에서 내려다보며 사람 구경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바로 개천가로 내려가서 냇가를 걷기도 하고 어떤 가족들은 그 북새통 중에도 냇가 좁은 잔디 위에서 김밥 도시락을 먹고 있다. 자연석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생전 처음 일지도 모를 징검다리도 건너보고 신을 벗고 바지를 반으로 무릅 위까지 걷어올리고 어떤 어린이는 통째로 옷이 젖어서 제법 물이 찰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물 속을 걸어 보고 있다. 모두들 신기하여 사진도 찍고 무비카메라도 돌리고 큰길 한편에는 K.B.S 중계 방송차가 대기중이다. 우리가 안방에서 편안하게 이곳 풍경을 시청 할수 있게 하는 중계차다. 개천변 벽과 보도를 모두를 화강암으로 만들어 李朝 정조왕의 능행을 벽화로 길게 장식을 했고 개천 바닥도 모두 돌로 박았다고 한다. 흐르는 물도 한강의 물을 2급수로 정수해서 끌어다 흘린다고 하니 아주 비싼 관광수다. 복개된 후 청계다리 아래에서 오십여년 햇볕을 못받았을 법한 해태의 머린지 아니면 민속 호랑이 머리모양의 다리 장식 彫刻 옆에서 사진도 찎고 .... 요즈음 모든 경제가 여의치 않아 답답한 시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침체 됬던 주변경제 활성화에도 기여 할 것임에는 틀림없겠지만 너무나 많은 천문학적 숫자의 경비가 소요된 것을 생각하면 조금 고개가 갸웃뚱 해진다. 우리가 어린시절에 이곳은 구질구질한 판자집과 구제품 장사들이 생계를 위해서 맨 바닥에서 몸부림치며 억척같이 살아 남아야 했던 구차한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 살아 숨쉬는 맑은 개울로 새로 태어나서 우리 앞에 흐르고 있다 일찍 심어 자리를 잡은 듯 구철초꽃의 하얀 꽃송이들이 깊어 가는 가을날을 알리려는듯 여린 꽃가지가 산들 바람에 하늘거리고 해는 어느 새 밝은 얼굴을 드러 내놓고 따뜻한 미소로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청계천 바닥을 환하고 정겹게 내려 비치고 있었다. 05년 10월 2일 Skylark(7) |

2005.10.03 12:42
종다리 청계천에 날아 가 보다.
조회 수 648 추천 수 85 댓글 2
청계천이 복원되어 시민들에게 공개된 모습을
사진과 글로서 소개를 해 주시어 고맙게 생각합니다.
서울의 한복판에 물이 흐르고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 우리에게 여유와 위안을 주게되어
좋습니다.
이러한 경치가 앞으로도 잘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