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歸 하는 연어 처럼...

by 이용분 posted Oct 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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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回歸 하는 연어 처럼...

    낮에 강화도에서 마신 한잔의 짙은 커피 탓인가!!
    초저녁에 잠간 졸고는 새벽녘에 잠이 깨서는 영 잠이 안 온다.

    나는 올빼미형이라 초저녁 잠이 없어 언제나 한시나 두시쯤에야 잠을
    청하는데 어쩌다 초저녁에 이렇게 잠이 들었다가 새벽 2 시나 3시에
    잠이 깨면 다시 잠들기가 여간 곤욕이 아니다.

    얼마 전 어떤 후배님이 펴 내서 고맙게도 손수 보내주신 책을 펼치고
    몇장 넘겨 읽어 보기도 하고 우유를 따뜻하게 데어서 마셔도 보고,....
    공연히 잠 잘 자는 식구 옆에 가서 부스럭대면서 말도 붙여 보고  ...

    내가 잠이 안 온다고 남까지 괴롭힐수도 없는 일, 하는 수 없이 거실로
    나와서 불을 켜기 전 금붕어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하고 드려다 보았다.

    아파트 마당 외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어둠 속에 낮과 다름없이
    오르락 내리락, 왔다 갔다 하는 금붕어들을 보고는 얘들이 밤새 잠을
    안 자는구나 ! 하고 불을 켜고 드려다 보니 혹시 아침밥이나 주려고
    그러나 싶은지 대여섯 마리 모두 내 쪽을 향해 우루루 모여 든다.
    우선 반갑기는 하다. 나처럼 깨어 있어서 ....

    이름하여 아롱이, 다롱이, 몸은 흰데 등 윗쪽 부분과 입술이 마치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빨간게 아주 예쁜 이쁜이, 몸은 짙은 오렌지 색으로 알록달록
    하면서도 역시 입술연지 바른것 처럼 멋이 있다 하여 멋쟁이,

    몸집이 제일 큰 왕초 그런데 이 녀석은 아무래도 알을 밴 듯 배가 통통하다.
    다른 것들이 졸졸 밤낮으로 쫓아 다닌다. 아무래도 암놈 같아 보인다.

    처음에 사와서는 몸은 모두 새카맣고 눈쪽은 툭 튀어 나왔는데 어디쯤에
    눈이 붙었는지 코구멍은 어딘지 구별이 안가던 이 녀석, 마치 큰 선그라스를
    쓴 것 같다고 마이클 잭슨. 지금도 구별이 안 가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이름을 지어 놓으니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때 어떤 녀석인지
    금새 알아 듣기 쉽다, 

    애완 동물을 키운다는 일은 여간 잔손질이 가는 일이 아니다.
    처음에 좁쌀 알만한 먹이를 주었는데 이제는 녹두 알만한 먹이를 먹을수
    있는 크기로 자라났다.

    먹이를 주면 잽싸게 물위에 떨어진 먹이를 나꿔채듯 한입 물고 가서는
    이도 없는 입을 우물우물 마치 무언가를 씹는 것처럼 눈을 띠륵 띠륵
    거리면서 서로 뒤질새라 경쟁적으로 오르 내리면서 먹어 댄다.    

    물론 개나 고양이처럼 사람과 같은 공간에 동거하면서 오물을 배설한다던가
    털이 날거나 짖어 대면서 괴롭히지는 않지만 어항 속유리 청소도 몇 일
    간격으로 안 해주면 어항 안쪽 면에 파랗게 물 이끼가 껴서 시야도 흐릴
    뿐만 아니라 물이 오염 되어서 고기들의 생사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것
    같아서 그냥 두고 보기는 힘이 드는 일이다.

    이것도 취미생활 인지라 가끔 금붕어 집에 들러서 좀 색다른 색깔이나  
    모양의 고기를 보면 금새 충동이 생겨서 또 사게 되는데 금붕어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황금색 잉어가 마침 크기도 비슷하여 얼른 사왔다.

    집에 와서 어항속에 넣고보니 얼굴이 뱀 같기도 하고 긴 수염만 달렸으면
    용 같게도 보여서 드려다 보기가 좀 겁이 나서  에그 !! 색깔에 현혹되어
    무조건 샀었는데 얼굴도 보아야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강아지를 키울 때에도 같은 값이면 얼굴 모양이 예쁜 놈을 사와야 키울
    동안 보기가 괴롭지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이왕이면 다홍 치마라나...

    예전에 종종 마당에서 강아지를 키웠을 때에도 사실 강아지는 인물이
    좋은가 챙겨 보고 키웠었는데 금붕어는 워낙 얼굴이 작아서 헤엄쳐
    다니는 여러 마리 붕어들 속에서 얼굴울 살펴보고 그럴 겨룰이 없었다.  

    그런데 유유상종 (類類相從)이라 하던가 며칠을 두고 보니 이 황금 잉어가
    금붕어와는 따로 떨어져서 홀로 있어 제가 잉어라고 좀 거만해 보이기도 하고...

    자세히 보니 처음에는 안그랬었는데 몸에 이상한 솜털 같은 덩어리가
    붙어 있는걸 보니 아파서 그랬나...
    아무래도 피부병까지 난 것 같아서 다른 것들에게 전염될 위험도 있기에
    아깝지만 한밤중에 뒷곁 탄천에 방생을 하기로 했다.

    낮에 놔주면 온갖 물새가 기다렸다는 듯이 쪼아서 한입에 먹어 버릴
    염려가 됀다. 밤새 한강으로 빨리 헤엄쳐 흘러가서 잘 커서 팔뚝만큼
    큰 황금 잉어가 되어 회기하는 연어 처럼 물이 철철 넘쳐 흐르는 여름
    장마철에 이곳 탄천에 돌아와 주기를 빌어본다.

    나이가 드니 조금도 마음이 괴롭거나 언짢은 일을 겪어 내기란 힘겹고
    참아 내기도 힘이 드는 일이다. 돈을 주고 샀으니 아깝기도 하고
    애석하기도 하지만 넓은 세상에 나가서 잘 살아 보라고 재빨리
    방생을 해 버린 것이다.

    아이를 키울 때도 나이가 젊어서 그렇지 늦은 나이에 키울려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인생에서는 모든게 다 때가 있다는 교훈을 가르쳐 준다.

                                  05년 10월 26일 Skylark(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