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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일월 말 추운 날씨 속에 .....

    날씨가 푹하기에 저녁나절 오랫만에 탄천가에 산책 길을 나섰다.
    시간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하여 무조건 걷고 있는것 같다.

    간간이 외국인들도 섞여서 묵묵히 걷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언제인가 그 당시 대통령이던 카터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죠깅이라는
    걷기운동 개념을 몸소 보여 주었으니 그들이 원조인지도 모르겠다.
    그전 까지만 해도 우리는 걷기가 무슨 운동이냐고 우습다고 의아해 하기도 했다.

    모든 산책길 보도는 쿳숀이 든 소재로 깔려 있어서 머리에 충격을 덜 받게 되어
    있고 색깔도 짙은 녹색 아니면 흙 갈색으로 눈이 아주 편하다.
    가을이 되니 제철 따라 찾아 왔는지 몇 무리의 들오리 떼들이 끼리끼리
    물 위에 모여서 '까악까악' 거리면서 법석들을 떤다..

    무서리도 내리지 않았는데 이미 뚝가의 들꽃들은 제철을 다한듯이 누런 잎이 지고
    오그라들고 시들었다. 냇가에 푸루름을 자랑하던 갈대도 명주실 타래 같이 하얀
    머리를 드러내고 불어오는 초겨울 바람에 힘겨운듯 허리부터 구부리고 휘날리고 있다.

    걷다 보니 힘도 들어서 한참 수리중인 나무다리를 건너 맞은편으로 건너 가
    그 곳에 있는 걸상에서 좀 쉬었다가 돌아 가기로 하고 앉아서 쉬고 있었다.

    그때 어떤 안경을 낀 젊은이가 다가오더니 주춤주춤 말을 건넨다.
    "저~~ 여기에 한참 계실껀가요? "
    " 왜 그러세요 ? "
    " 자전거를 타다가 같이 타던 친구가 넘어져 다리를 다쳐서 병원에를 데려가야 되는데..."
    " 많이 다치셨나요. 얼마나 걸리시는데요?"
    " 집에 가서 차를 가져오고...한 삼십분요. 몇 바늘 꼬매야 될 것 같아요"

    해질 녁 늦은 시간대에 삼십분으로는 어림 없을텐데 생각하면서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급한 사정을 모르는체 하기도 박정하여

    "그럼 자전거를 여기에 가져다 놓으세요." 그러자 그 젊은이가 자전거 두 대를
    우리 옆에 가져다 놓고 부탁 한다고 하면서 가 버렸다.

    아무리 푹하다고는 하지만 11월 말의 겨울 날씨인데 조금 있으니 점점 추위가
    스며 든다. 하는수 없이 남편에게 저 멀리 왔다 갔다 하라고 한후 나만 혼자
    앉아서 있다보니 점점 추위가 엄습해 몸이 움추려 든다..

    안되겠다 싶어 일어나서 나도 가까운 곳을 오락가락 움직이다 돌아서는 순간
    어떤 사람이 그 자전거 한 대를 타고 이미 멀지감치 달려가고 있는게 아닌가?

    그만 놀라고 마음이 아찔하여 "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쫓아가도 그 사람은 들은 체도 안하고 자전거를 끌고 강둑계단을 올라 가려고 한다. 그러더니 자전거를 내려서 다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무슨일일까 하고 바라보고만 있는데 가까이 보니 아까 그 자전거를 맡긴
    사람인것 같다. 얼결에 잠깐 본지라 인상도 긴가 민가 잘 생각이 안 난다.
    "그래 그 친구는 어떻게 하셨어요?"
    " 아 ! 예! 택시를 잡아서 타고 지나다 보니 그냥 가시는것 같아 보여서 내려서 왔어요."
    순간 멋 적기도 하고 변명도 하기 구차해서
    " 예, 날씨가 점점 추워서 몸이 얼어서요. 왔다 갔다 하는 중이었어요."
    그 젊은이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자전거를 타고 가 버렸다.

    모르는 이가 맡긴 자전거를 잠깐 못본 사이 어떤 사람이 무단히 타고 가는데
    공연히 남의 것을 맡았다가 잠간 사이 도둑을 맞는 기분.
    목청껏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꿈속에서 모양 크게 안 나오는 목소리,

    아무리 빠르게 뛰어 가려 해도 못 따르는 걸음걸이....
    추운 날씨 속에 오도가도 못하게 된 상황들....  
    오늘은 불시에 여러가지 경험을 했다.

    돌아 오는 길은 어느듯 날은 저물고 四圍는 컴컴해 지고 있었다.

                                   05년 11월 27일 Skylark(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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