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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옛집에 돌아가서...

    겨울은 엄숙하다. 뜨락의 나무들도 옴짝 달삭 못하고 한겨울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담을 둘러친 영역 안 정원의 나무와 나무 사이의 길에 놓인
    돌을 밟아 보노라니 꽁꽁 얼어서 그냥 담 밖의 땅과는 달리 엄연한
    계절의 지배를 느끼게 한다.

    거의 거무죽한 색에 가까운 黑 綠色의 朱木이나 상록수들도 기절한 듯
    숨을 죽이고 기압을 받는 아이들 모양 두손을 모으고 엄숙히 서서 추운
    겨울이 어서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듯 하다.

    너무 덩치가 커져서 높은 곳에 열린 감은 딸 염도 못 내고 벌래가 성해도
    키가 높아 약을 칠 염을 못내게 되어서 지난 봄 가지를 잘라서 쌓아 놓은
    감나무 나뭇가지들은 갈색으로 잘 건조되어서 지금이라도 아궁이에 넣고

    불을 지피면 구수한 연기 내음을 내면서 금새 활활 타올라서 방을
    덮히기도 하겠고 봄이 되면 엉성하게 돌을 궤어 놓고 솥을 올려 놓고
    간장을 다리기도 하련마는  이는 그런 시대를 살아 본 우리들의
    정서일뿐 지금은 잔설로 덮인채 담 아래 고즈넉이 쌓여 있다.

    늦은 가을 추위가 오기전 부랴부랴 낫으로 잘라서 한옆에 쌓아 놓은
    들꽃들의 바싹 마른 잔해 위에도 둠성둠성 눈이 덮여 겨울임을 실감케 한다.

    처음에 이곳으로 이사와서는 새하얀 백토가 깔린 깨끗한 마당에 풀한포기
    없어서 나는 아이들과 같이 들로 산으로 잔디와 크로바풀을 파다가 심어
    놓고 몇년 동안 비료를 주고 잡풀을 뽑아 주며 정성들여 키우고 깎아 주어서
    무성해진 잔디 위에 커다란  파라솔을 펴 놓고 불고기 파티도 열고

    야외용 텐트도 쳐놓고 그 안에 들어가서 야외 캠핑 분위기를 내보기도
    했는데 한 두그루 묘목 같이 작은 것을 사서 심은 나무들이 커지면서
    그늘이 져 잔디가 다 죽어서 할수없이 그 자리에 점점 커진 나무들을
    옮겨심어 놓고 보니 온 마당이 나무들로 꽉 차서 무성하게 되었었다.

    아무래도 단독 주택은 조금은 춥고 기후의 변화에 좀더 민감한 듯 내가
    전에 살았던 시절 잊혀진 기억을 되살린다.

    칠십년 대에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거실에 놓여 있던 피아노의 새까만
    마호가니 판이 밤새 쩍 금이 가고  얼지않게 졸졸 흘린 뒷곁에 있는 밖의
    수돗물이 계속된 추위에 얼고 또 얼어서 작은 삼각산이 되어 미끌 거리던
    기억이 요즈음 연거푸 삼한사온이란 겨울 기후의 공식도 잊혀지게 변해버린
    강 추위 속에 다시금 생각이 되살아 난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세 아이들과 더불어 살던 시절은 추위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언제나 집안은 활기로 가득 했었는데 ...
    이미 오래 전에 잊혀진 날들이다

    시장엘 가 보았다. 아직도 생선 장수를 하면서 동태포를 뜨는 아주머니는
    그대로 인심 좋은 웃음을 웃으면서 자기가 손님을 기다리며 앉아 있는
    (가스로 덮힌다는)자리에 권해 앉쳐 놓고 반겨 동태 포를 떠 준다.

    그리고 떡 장사 아주머니가 나를 반긴다. 아주 새댁일 때부터 이 장사를
    했었는데 지금은 대학을 졸업한 딸이 있을 정도로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그 외에 낯설기는 요즈음 추세대로 노천 시장길 위에 옆의 이층집 지붕을
    덮을 만큼 높게 프라스틱 지붕을 덮은게 달라졌는데 우선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건 외국에서 고향사람 만나기 모양 아주 힘든 일이다.

    정답던 친구들은 모두들 제가끔 뿔뿔이 각지의 아파트로 이사들을 가 버렸다.
    그 친구들과는 한달에 한번씩 만나게 되면은 처음에 이사와서 연탄을 때면서
    어렵게 살았던 젊었던 그 시절들을 그리워하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하다 못해 콩나물도 대형 수퍼마켓에서 포장된 걸 사먹게 된 요즈음 생활에서
    집에서 밀어 와서 길에 펴놓고 파는 손칼국수를 사먹을 수 있는 재래시장이
    아직도 살아 있는 그곳이 그래도 마음속에 그리는 한 가닥 향수가 어린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다.

    우선 살기 편해서 너도나도 기회만 닿으면 아파트에 살기를 원하는 요즈음
    세태에서 우리를 키워주고 살찌게 해준 근원인 어머니 같이 마음이 포근해
    지고 언제 밟아도 반기는 땅이 있는 이 아름다운 단독주택은 점점 멀어져
    가는 허상 처럼 생각이 들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기만 하다.   

                                   05년 12월 29일 청초(7)





  • ?
    김 혁 2005.12.31 23:03

    아파트는 소재가 베란다나 탄천주위의 이야기가
    주제가 되었지만 단독 주택은 정원과 담의 안팍
    그리고 시장과 이웃주민과의 관계로 더욱 넓어지는
    듯 합니다.

    이렇게 생활의 주변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집의 내막도
    대강 짐작이 갑니다.
    우리 생활에 숨기면 얼마나 숨기겠습니까.
    탁 터 놓고 활발하게 사는 것도 한가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
    이용분 2006.01.01 14:53
    김혁님 !!

    새해가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어떻게든 참여하는 친구들이
    좀 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봅니다.

    소재가 빈곤이라 매일 주변을 뱅뱅 맴돕니다.^^
    땅이 있는 집을 참으로 좋아 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그곳을 과감히 떠나지 못하고
    언제나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향수라고나 할까.
    아무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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