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일년중 봄의 문턱인 입춘이다. 기온은 영하 13도를 오르 내리고 한낮 보다 저녁 나절이 되니 한 겨울을 무색하리 만치 혹독한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래도 봄 바람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부터 오는 것일까... 생각 같아서는 봄이 어딘가에 아주 가까이 와서 있을것만 같은데 어디선가 종잡을수 없게 불어오는 차디 찬 바람은 아직도 매우 쌀쌀하여 추위는 두껍게 입은 옷속을 파고 들어 뼈속까지 우루루 한기를 느끼게 한다. 봄의 첫 전령인 개나리 꽃은 길가 높은 축대 위에서 축축 늘어진채 아직도 깊은 겨울잠에 잠긴듯 꽃순이 다닥다닥 붙은 줄기에는 봄 소식이 감감하다. 예전 같으면 한옥이 있는 마을에는 큰 나무 대문에 굵고 짙은 먹물 붓글씨로 일필휘지 立春大吉 이라 크게 써 붙이고 골목 길을 깨끗하게 쓸어서 봄이 오는걸 默示的으로 알려서 반기곤 했지만 아파트는 말할것도 없고 요즘 주택 대문에도 이런 글씨를 써 붙인 집은 눈을 씼고 찾아 보려해도 이젠 볼 길도 없고 한문이 우리 일상에서 거의 모두 사라지다 시피한 요즈음 세태에는 그리 써서 붙인다 한들 그 뜻을 알아 보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요즈음은 한철 이르게 입는 젊은 여성들의 가벼워진 옷자락이나 목에 두른 마후라의 환해진 색조에서나 봄을 느끼게 한다. 시골에 살았다면 산골짜기에 어름 녹아 흐르는 맑은 개울물 옆에 피어나는 버들강아지나 작은 돌 틈에 웅크리고 숨어서 겨우내 봄이 오기를 기다렸을 가재나 개구리를 찾아 볼수도 있어서 얼마나 신선한 느낌을 받을수 있었을까. 오직 달력에 쓰인 절기를 보고서야 아! 이제 입춘이 되었으니 재 넘어 남쪽으로 부터 서서히 꽃 소식과 더불어 이땅에도 따뜻한 봄은 다가 오려니 하고 마음을 화사하게 다스려 본다. 우리 아파트 뒷곁 두꺼운 어름이 녹아 졸졸 흐르는 실 개천가에 해가 더할수록 키가 자라고 점점 덩치가 불어 가고 있는 나뭇가지 사이에서는 이름 모를 새가 봄 기운을 느껴 애타게 제 짝을 찾는 듯 우짖는 소리가 찬 바람을 가르며 사방으로 영롱하게 울려 퍼진다. 그래도 발코니에 내려 비치는 한낮의 햇살은 머뭇거리는 겨울을 모두 녹혀서 쫓아 버리려는듯 봄 기운이 서려 따뜻하고 평화롭다. 06년 2월 3일 청초 (7) |

2006.02.03 13:24
입춘 추위 !! 그래도 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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