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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는 길목은 험난하기만 하다.

      해마다 봄이 오는 길목은 험난하기만 하다.
      올해도 예나 다름없이 연일 추웠다 녹았다 하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다.

      뒷곁을 흐르고 있는 개울물이 겨우내 꽁꽁 얼어 붙어서 호기심이 동한
      동네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면서 얼음을 발로 쾅쾅 울려서 깨보기도 하며
      시끌벅적 하더니 하루 이틀 녹아 내려 구명이 난 그 속에 얼음 녹은 물이
      흐르는가 싶더니 이제 그 어름판은 오간데 없고 봄 바람에 녹은 맑은
      시냇물이 제법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 내려간다.

      개울물이 졸졸졸 흘러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걷노라니 이제 그 춥고
      지루하던 겨울은 가고 봄이 이 땅에 찾아 오겠는구나 싶어서 제절로
      몸과 마음이 즐겁고 발걸음이 가벼워 진다.

      本流인 큰 개울에도 어름이 모두 녹아서 흘러 내리는 넓은 개울 한 가운데
      야생오리 보다 아주 작은 몸집의 농병아리가 잽사게 물속으로 잠수했다가
      좀 멀리 떨어진 엉뚱한 물위로 쏙 솟어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흐르는 물길
      따라 아래로 아래로 떠내려 가면서 먹이 사냥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탄천 가를 걷노라니 봄 기운은 섞였지만 아직은 싸늘한 바람이 옷 속으로
      속속 스며들어 등골이 오싹 오씩해 진다.

      개천 뚝 가운데에 서 있는 갈대가 세차게 불어 재치는 봄바람에 힘겨운
      듯 허리가 휘고 키가 나즈막한 풀들의 누렇게 죽어 버린 묵은 풀줄기
      사이에서는 새파란 새순이 차츰 돋아 나고 강 추위에 깜빡 기절해 죽었던
      풀 이끼에 연 초록색 생기가 도는걸 보니 아무리 날씨가 사나워도 봄이
      오는 길목은 막을 도리가 없는 것 같다.

      겨우내 맛있게 먹어서 빈 김장김치 독을 울궈 내기 위해 물을 가득 담아
      두었다가 느닷없이 불어 닥친 늦 추위에 어름이 얼어서 김칫독을 깨기
      싶상이던 시절이 있었다. 김치 냉장고의 출현으로 이제는 사시사철 싱싱한
      김치를 먹게 되었지만 땅속에 묻은 김치에 대한 향수는 멈출수가 없는것 같다.

      겨우내 먹으려고 사두었던 저장 가을무의 머리에 난 파란 새싹을 잘라서
      그냥 버리기 애처러워서 맑은 유리 그릇에 담어서 부엌창 문틀 위에 두고
      물을 주며 무청의 푸르름을 즐겼더니 어느새 무의 새순 줄기속에서 노란
      꽃망울들이 수도 없이 돋아나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하니 또 하나의 잔잔한
      기쁨을 선사하려고 한다.

      개울 뚝가의 개나리 꽃 줄기에도 어느듯 화가가 그림을 다 그린후 가벼운
      텃취로 노란 물감을 살짝 뿌린 듯 은근하게 노르스름한 색으로 변하고
      낮은 나뭇가지 위에 아슬아슬 하게 지어 놓은 헌 까치집에도`깍깍깍`
      요란한 울음 소리를 내며 한쌍의 까치가 집수리가 한창인 걸 보니 이제
      헌집을 손질해서 알을 낳아서 품을 모양이다.

      이제 바로 내일이 雨水이고 경칩이 머지 않았으니 날씨가 제 아무리 사나움에
      심술을 부리고 싶은들 머지 않아 이땅에 꽃들이 피고 온갖 새들이 우지지는
      화창한 봄날이 찾아 오는 자연의 순환을 어이 막으랴!!  

                                    06년 2월18일 청초(7)



     (무청 꽃)





  • ?
    곷나리 2006.02.25 10:22
    벌써 봄이 된것같군요.세월은 참 빠르네요.좋은글과사진 잘 봤어요.
    계속 수고하시고 행복하세요.
  • ?
    이용분 2006.02.26 17:45
    꽃나리님!!

    오늘은 봄 날씨가 하두 추워서 정숙경 동문 자제
    결혼식에도 겨우 갔었지요.^^

    이제 나이 앞에는 맥을 못추겠지요.^^
    우리 모쪼록 건강을 잘 지킵시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