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이 다 가기 전에 ... 가까히 오는듯 하다가도 멀어지며 오랜 기간 우리의 애간장을 태우던 봄날이 마침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산수유 개나리 매화꽃들이 서로 시새움을 하듯이 줄줄이 만개해 온천지에 꽃 동산을 이루웠다. 우리 아파트 뒷쪽에 자리한 초등학교 교정에 핀 하얀 목련 꽃은 어느새 꽃잎들이 삼천궁녀 치마 뒤집어 쓰고 백마강에 투신하듯 무참하게 낙화를 시작하고 가즈런히 심긴 자색 목련도 뒤질새라 한꺼번에 꽃 봉오리를 열고 우아한 자태를 뽑내고 있다. 먼저 살다 두고 온 집 정원에 올해도 변함 없이 만발한 진달래꽃 사진들을 아들 아이가 e-mail에 담아서 보내 왔다. 그 곳에 뒤이어 머물어 살면서 우리가 자주 못가보니 안타까히 여겨 보낸 활짝 핀 진달래꽃 사진 속에 아이의 따뜻한 마음도 함께 묻어 왔다. 젊은 날 여기 저기 낚시를 다니던 중 강화도 어느 산기슭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 끝에 뿌리를 드러 내놓고 아슬아슬 매달려서 연분홍색 꽃 몇송이를 피운 자그맣고 볼품없던 진달래 포기를 파다가 마당 한 귀퉁이에 심었더니 척박한 땅에 살다가 거름이 좋은 땅에서 보살펴 키우니 포기도 벌고 키도 커져서 봄이면 제일 먼저 꽃을 피워 봄 소식을 알려 주었었다. 날씨가 따뜻하니 탄천 변 기슭에 오손 도손 뫃여서 나물 캐는 여인들이 제법 눈에 띈다. 주로 쑥을 뜯는데 봄에 돋아난 연한 쑥을 뜯어다가 살짝 데쳐서 된장을 풀고 바지락 조개를 넣어서 국을 끓이면 향긋한 쑥 냄새에 약간 쌉싸름한 맛이 요즈음처럼 입맛을 잃은 봄날에 한두번 국을 끓여 먹으면 입맛도 살아나고 배가 살살 아플 때에도 가라 않히니 藥草국이 된다. 불린 쌀에 쑥을 넣고 방앗간에 가서 빻아다가 개떡을 빚어서 쪄서 먹으면 별미인지라 아마 이 봄에 떡을 만들기 위해 뜯는 이들도 몇은 있으리라. 말린 쑥을 솜처럼 피워서 아픈곳에 올려 놓고 뜸을 뜨기도 하니 중요한 민간 약재이기도 하다. 자연이 주는 풀이니 서로 뜯어가도 시비하는 사람도 없고 하루 밤만 지나고 나면 밤새 쑥쑥 자라나서 또 뜯을게 생기니 주인 없는 모든이의 텃밭이다. 二次世界大戰 때 일본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진 후 초토화 되어 아무런 풀도 못 자랄때 쑥이 제일 먼저 싹이 돋아나 생명력이 아주 대단한 식물로 알려졌다. 수년 전 북유럽 여행을 갔을 때 라인강변 호텔 뒷뜰에 똑 같은 쑥이 난걸 보고 놀라워 했는데 그곳 이들은 그게 먹을수 있는 나물이라는 걸 아는지 궁금 했었다. 요즈음 시장에 나가 보면 이름도 모를 산나물들을 많이 팔고 있다. 나는 아주 시골에서 자라지를 않아서 봄나물이면 냉이 미나리 쑥 취나물 고사리 돗나물 정도 밖에 알지를 못하니 낯선 나물類는 사지 않게 된다. 봄에 나는 나물은 모두 藥이 된다 하는데 보통 음식점에서는 시금치나 콩나물등을 섞어 산나물이라고 하면서 파는데 이런 야채가 아닌 순수한 산채나물을 장만해서 파는 집을 찾아서 이 봄이 다 가기전에 뜻이 같은 벗들과 더불어 봄 향기에 흠뻑 젖어 보아야 하겠다. 06년 4월 7일 청초 (7) |

2006.04.07 03:51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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