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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 꽃)
      
    어수룩하고 야박하지 않았던 사람과 사람들간의 진한 정이....

    늦 봄이 한참인 요즈음 다시 아들집 겸 우리가 살았던 옛집에 들렀다.
    아들 내외가 맞벌이를 하다보니 바뻐서 아무도 돌보지 못하는 정원인지라
    잡풀이 무성하여 가끔은 우리가 가서 정원 정리를 하는걸로 낙을 삼는 터다.

    노란 아기 똥 풀이 제멋대로 세력을 넓히고 사람이 다니는 길몫에 까지 터를
    차지 하며 아침 햇살에 제 세상인듯 눈 부신 노란꽃이 제가끔 빛을 발하고 있다.

    종로 5가에서 흰모란이라 하여 사다가 심고는 진짜 흰꽃이 필것인가 궁금하던
    차에 핀 꽃은 보지도 못했는데 어느듯 자주색과 흰색의 모란은 이미 져 버리고
    덩그머니 삼각형의 검은 씨앗을 매달고 있어서 아쉬운 마음을 접을수가
    없었는데 마침 며늘 아이가 꽃을 사진에 찍어 담아 두어서 다행이었다.

    봄에는 잎이 피는 대로 연한 잎을 따 모아서 나물을 해먹기도 했던 작고
    앙징맞은 흰꽃이 피는 취나물은 그대로 잎이 쇤채 키만 겅중하니 커가고 있다.  
      
    사람의 기척이 드물다 보니 지난해에 가지를 쳐서 쌓아 놓은 마른 감나무 더미
    속에 올해도 고양이가 아기를 낳아서 제가 주인인양 진짜 땅 주인을 쳐다 보고
    담장 위에서 제 어린것들을 어찌하나 내려다 보며 우르릉 소리를 내며 여차하면
    뛰어 내릴 기세로 경계태세를 취하는 양이 모성애가 대단 하다.  
    사람이 그를 본받아야 되지 않을까 하고 경이롭기 까지 하다.

    주변이 모두 다세대를 지어서 어둑한 구석이 없어져서 오갈 데가 없는 도둑
    고양이가 키작은 나무와 들꽃이 욱어지고 나무 그늘이 시원한 곳에 몸을
    푼 모양이다.

    노랑이 검은 색과 흰색이 뒤석인 바둑이등 모두 네 마리인데 들고양인지라
    어려도 인기척만 나면 금새 마른 나무더미 속에 얼른 들어가 숨어 버린다.

    앞집 기와 지붕 처마 끝에는 이번 봄에도 참새가 알을 깐듯 어린 참새들의
    짹짹 거리는 소리가 부산하고 신기하기만 하다.
    아파트에 이사를 와서 산 이후로 이런 풍경은 본지가 오래 됐다.

    동네 재래시장에를 갔다. 물가가 너무 싼것에 놀랐다. 같은 물건인데
    아파트촌은 왜 그리도 물가가 비쌀까?  순간 의아 해 진다.
      
    김칫거리도 거의 반값이고 기계적으로 저울에 달아서 한치의 눈금의
    오차도 없이 사는 물건 사기와는 달리 사람 냄새가 나는 거래이다.
      
    큰 푸대로 사면 조금은 싸니까 옥파를 큰 푸대로 사서 아이네도 나눠주고
    우리도 가져 오려고 값을 물으니 아직은 보관할 만치 영글지 않았으니
    조금만 사가라고 권하는 마음이 고진인 상인 아주머니의 말에 아직도
    이런 사람도 있나 하고 새로워 다음에는 이 사람에게 와서 꼭 팔아 줘야지
    하고 마음을 먹는다.

    드문드문 그 전부터 장사를 하던 낯이 익은 이들이 고향 친척이라도 되는듯
    알아 보고 반긴다. 이제 시장 골목길 위에 프라스틱 지붕을 얹어서 비가
    올때나 햇볕을 가리고 거리도 아주 깨끗하니 한결 장 보는 기분이 상쾌하다.

    우리의 주거 문화가 향상 되면서 너도나도 아파트로 옮겨 가기를 열망하니
    이맘 때면 담 넘어로 방금 구워 내어서 따끈한 애호박 부추전을 넘겨주며
    정담을 나누었던 이웃 친구도 모두 이사를 가 버린지 오래다.

    가을이면 김장김치를 담궈서 마당 한귀퉁이에 김장독을 깊게 묻고 날씨따라
    자연스레 익은 김치 맛과 동치미 국물을 먹던 시절이 아득하기만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금은 모두 가난하기도 하고 특히 난방이 불편한 주택에
    살면서 세상도 지금 보다는 어둑하고 어수룩 하기도 하여 삶이 그리 야박하지
    않았던 사람과 사람들간의 진했던 정이 가끔은 그리워진다.


                                             06년 5월 14일 청초. (7)



                           (찔래 꽃)


               (어린 도둑고양이들, 유리창 넘어로 찍어서 화상이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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