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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슴 그림이 있는 벽걸이.
        
      이곳 아파트에 이사를 올 무렵인 우리가 오십대 후반에는 가을날 누렇게
      익어서 고개 숙인 갈대 밭에서 대여섯 마리의 기러기가 일시에 날라 오르는
      그림을 갖고 싶어했다.

      그 무렵 시간이 있을 때마다 찾아간 근처 화랑에서는 그런 입맛에 꼭 맞는
      그림을 영 찾을 수가 없어서 애초 커가는 아이들과 함께 살던 시절 사서
      걸었던 화려한 뿔이 달린 사슴가족이 있는 술이 붙은 카페트형 벽걸이를
      걸어 놓고 지나게 되었다.

      우리의 큰 아이가 중학생 정도일 무렵 아직은 어린 세 아이들과 지금의 큰
      아들 나이쯤 정도 젊은 우리가 딸아이의 생일인지 케잌과 과일이 소담하게
      담긴 소쿠리를 앞에 놓고 찍은 우리의 단란한 가족사진속의 벽면에도
      같은 벽걸이가 걸려 있다.

      이곳으로 이사오기 얼마 전 그러니까 십여년 전 꽤 유명한 화가가 그린 거칠은
      가지(枝) 위에 진한 자주색과 진분홍색으로 흐드러지게 핀 모란꽃이 그려진 상당히
      크고 년혁까지 낀 조금은 비싸고 화려한 그림을 사서 벽에 걸어 놓고 살았다.

      이사를 오면서 정원이 있는 그 집에 다시 돌아가서 살 생각으로 살던 옛집에
      그냥 걸어두고 오게 되면서 차차 새로운 그림을 사서 걸어야지 하며 우선
      급한대로 접어 두었던 그 사슴 그림을 다시 걸어 놓고 지내온 세월이 어언
      십여년이 덧 없이 흘렀다.

      이제 나이를 한참 더 먹고 보니 젊은 날에는 멋져 보이던 그 늦 가을날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 사이에서 일시에 날라 오르는 기러기 그림에 대한 집념은 어느듯
      스러지고 우리들의 아주 젊은 날 아이들과의 추억이 켜켜이 묻어 있는 그 사슴
      그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짐은 우리의 삶이 그만 바스락거리는 가을날 같아서임일까....

      집에서 키우는 화초도 정이 든다. 몇년을 조히 키워 이제는 영원할줄 알았던
      화초가 어느날 이유없이 시들고 극기야 죽어 버리면 이 하찮은 화초가 준
      기쁨의 반대급부 만큼 두고두고 마음에 아리는 상처를 남긴다.

      최근에는 너무나 많은 젊은 여인들이 이 더운 여름날 애완견을 마치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 안 듯이 소중하게 안고 나 다닌다. 한심 반 신기하기도 하여
      되돌아 서서 쳐다 보노라면 길에서 만나서 서로 나누는 대화도 "얘는 어떻고
      걔는 어떻냐?" 는등 그냥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의 대화이다.

      한참 아이를 낳고 힘들여 키워야 될 한창 나이에 아이 대신 강아지에 옷을
      해 입히고 애지중지 방안에서 함께 키우고 있다니 정말로 웃기는 노릇이다.
      (에그~~!! 애견가에게 혼날 이야기 !!)

      옛날 같으면 엄동설한이나 복중더위 속이나 집밖에서 도둑이 오나 안오나
      집을 지키고 밥상에서 나오는 찌거기 음식을 먹으면서 주인을 위해 충견
      노릇을 해야 했던 그들이 팔자가 뒤바껴서 집안에 또 예쁜 집을 가지고 단독
      메뉴를 먹으면서 팔자가 늘어지게 편안하게 잘 살고 있기도 하다.(그래서
      그런지 탄천에 데리고 나오는 개들은 하나같이 뒤우뚱 뛰우뚱 뚱보 개다.)

      다른 한편 애완견들이 병약한 환자나 치매노인들을 치료하는 데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준다니 그런대로 긍정적인 면도 있는것같긴 하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은 늙고 병도 들고 하니 완전한 기쁨만을 주는 존재들이
      아님이 확실하니 사람 스스로 마음을 다스림으로서 영원한 위로를 얻을것 같다.


                                       06년 7월 19일  청초.


                                        ( 음악  곡명  Power of l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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