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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섬돌 밑에선 귀뚜라미 소리가 ...

      양쪽 뺨으로 흘러내린 땀이 주체할수 없게 줄줄 흘러 턱 밑으로 모여서는
      빗물처럼 뚝뚝 떨어진다. 일찍이 이런 더위가 있었던가 싶게 대단한 더위다.

      “형님 댁네도 더우신가요?”
      “그럼요. 우리 집인들 다르겠어요?  실내 온도가 32도라우^^”

      그래도 끼니는 해결해야 되겠기에 들른 슈퍼마켓에서 오랫만에 만난 이웃
      사촌이 다른 집은 어떤가 하고 다가와서 넌지시 인사 삼아 건네는 말인데
      얼굴이 더위에 시달려서인지 눈이 퀭하다.

      바람이 불어 봤자 확확 끼치는 그 바람이 그 온도이니 부나 마나이지만
      그래도 널어 놓은 젖은 빨래라도 말릴테니 안 부는것 보다야 부는게 났다.

      날자가 날자인지라 오늘은 한줄기의 조금 시원한 바람이 섞여서 불어 오는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두려운 더위를 무사히 지나게 되나부다 하고...
      나는 더위에 약해서 너무 더우면  머리가 "띵" 하고 과부하 증상이 일어난다.

      섭시 33도가 넘으면 노인의 경우 심장마비 내지 열사로 죽음에 이를수 있다는
      T.V.의 건강 관련 뉴우스가 그냥 웃어 넘길수만은 없는 일이다.

      여름이면 얼음 주머니를 머리 정수리에 이고 살다시피 하다가 올해는 아주
      더울것이라는 뉴스에 하는수 없이 일찌기 에어콘을 차려 놓고 정 더위가 심하면
      그 속으로 피난을 하니 그나마도 더위 때문에 겪을뻔한 큰 고통은 면한것 같다.

      예전같으면 8월에 들어 서면 동해안의 바닷물은 들어 갈수 없을 정도로
      차거워 지기 때문에 휴가를 떠나는 사람도 뜨악해 졌었다.
      요새같은 더위라면 말로만 듣던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실감 나는 사안이다.

      낚시에 한참 심취했던 젊은 날 우리는 작은 아들 아이를 데리고 이렇게 아주
      더운날이거나 추운날을 가리지 않고 일요일이면 자주 낚시를 다녔던 강화도로
      큰 아들 아이가 모는 차를 타고 새로 놓은 다리를 건너서 드라이브 삼아 떠났다.

      낚시터로 가려면 지나던 길목 장터는 별로 변하지 않고 그대로 정지된 기분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도시풍경에 너무 식상해서 그냥 좀 그대로 머무르기를
      바라뎐 마음이었는데 온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데 발전 없이 십여년 전
      모습을 그냥 정지된 화면처럼 지니고 있는 이 장터풍경이 정답게만 느껴지지
      않고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니 내 마음이 어째 이율배반적인것만 같다.

      강화도는 고려의 후예와 개성에서 피난나온 난민들이 심어서 키우기 시작했다는
      인삼밭이 끝없이 펼쳐 있고 공해가 없는 고장이라 강화쌀도 아주 유명하다.

      창가로 스쳐가는 넓은 들녘에 벼나 수수들의 이삭은 아직 올라 오지는 않고
      있었는데 곡식들이 영글려면 이렇게 날씨가 더워야만 된다니 우리 모두
      조금씩 참아야 되겠다는 좀 다른 생각이 섬광처럼 뇌리에 스치고 지나간다.
      이렇게 일조량이 좋은 해에는 꼭 풍년이 드는걸로 모두들 알고 있다.

      나무 그늘에서는 때를 만난 매미가 그악하게 밤낯없이 울어 대고는 있지만  
      어느듯 섬돌 밑에 귀뚜라미가“찌릿찌릿”조심스럽게 울기 시작하는걸 보니
      그 와중에 어느새 가을은 우리 곁에 슬며시 다가와 더위에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 하는것 같다.

      이렇게 괴롭히던 더위는 차차 물러 가겠지만 그래도 한 나이라도 젊었던
      시절 또 한번의 우리들의 여름날은 아쉬움 속에 사라져 갈것이다.


                                        06년 8월 12일 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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