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 아이누족 마을에서) 삶의 훈장 실크로드 주름살 청초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무의 나이테 모양 얼굴에 지는 주름을 어느 누구도 피할 수가 없다. 사는 동안 별 고난이 없는 사람은 잔잔하고 고운 주름이 지고 마음고생 몸 고생을 심하게 한 사람은 깊은 주름이 지는 것 같다. 요즈음 들어 몸이 자주 아프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 낯선 실크 로드가 나의 얼굴 여기저기에 늘어 나는 것만 같다. . 일설(一說) 어지간히 나이를 먹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된다고도 한다. 이는 살아 온 그 사람의 자취가 얼굴에 그냥 새겨져 있기에 나온 말인가 한다. 직업상 노지(露地)에서 강한 햇볕을 받으면서 평생 농사 일을 한 농부들이나 어부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피부도 검게 그을리고 주름도 확연하게 깊다. 요사이는 성형이 유행이다. 미모로 얼굴을 밑 천 삼아 사는 탈렌트가 아니라 해도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치않게 성형 이야기가 오간다. 어느날 병원을 다녀 오는데 길가 난간에 주욱 앉아 있던 어느 중학생 무리들 중 하나가 느닫없이 "야 세상에 못난것들아!~~~ 여기 좀 쳐다 보아라~~~" 하고 고함을 지른다. 지나가던 내가 좀 장난끼가 동하여 "나 말이냐?" 하고 쳐다 보았더니 머리를 긁적긁적 "아닙니다." 얼굴을 보아하니 코가 유난히 오똑하니 조금은 부자연스럽다. "너 성형 했구나?^^" "예 코를요.그런데 코가 높아지니 옆의 눈이 안보여요" "얼마나 들었니?" 했더니 "250만원이요." 요새 부모는 힘도 많이 들겠구나... "얘,너 코를 심하게 비비거나 행여 친구하고 주먹질 하고 싸워도 안돼^^" 남녀를 불문하고 요즈음은 젊은이들이 취직을 잘 하려면 인상을 좋게 성형을 하는 것도 전혀 처음 듣는 이상한 이야기가 아닌 세상이 되었다. 어느 집에 파출부로 일을 나오는 여인이 자기 가정의 경제를 위해서 파출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얼마간 돈이 모이면 얼굴 성형을 하기 위해 파출부 노릇을 한다고도 들었다. 내 주변의 막역한 한 친구를 여름 내 못 만나다가 몇 달 만에 만났다. 오렌지색 선 그라스를 끼고 어인 일인지 분위기가 조금 요상하다. 변장을 한 것처럼 어째 낯설게 느껴진다고 생각 했더니 쳐진 눈과 불룩한 아래눈가의 볼록살을 없애는 수술을 했다고 한다. 확연히 깊던 얼굴 주름도 조금은 사라지고 조금은 젊고 낯선 다른 친구가 거기에 있는 게 아닌가... 집에서 나는 어떨까 하고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처진 눈까풀을 끌어 올려보 기도 하고... 몸이 피곤하고 아프거나 때때로 마음이 조금만 안 편해도 눈에 띠게 더 쳐지는 눈 밑에 볼록 살을 당겨보기도 하였더니 역시 수술을 하면 나도 조금은 젊어 보이기는 하겠구나... 안과 병원에 가서 시야검사(視野檢査)를 할 때다. 안과의사가 "눈을 좀 더 크게 뜨세요. 하고 요구를 하다가 나의 눈까풀이 처져서 잘 안 되는 걸 알고는 눈등 위에 반창고를 붙여서 잡아 당겨 눈을 크게 뜨게 한 후 시야를 좀 넓게 만들면 눈 검사 결과가 조금은 좋게 나오곤 한다. 그래서 세상을 잘 보려 면은 보통 눈을 크게 뜨고 직시하라는 말도 생긴 것 같기는 하다. 어떻게 생각을 하면 눈 쌍거풀 수술은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내 얼굴은 나만의 얼굴이 아니다. 함께 몇십년을 살면서 하나하 나의 주름에 눈이 익은 남편도 낯이 설어 할 터이고 원래의 엄마의 얼굴이 마음속에 깊이 각인이 된 나의 아이들에게도 엄마의 모습이 남처럼 낯설게 느껴지면은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조금은 눈 꼬리가 처져서 시야가 흐려지고 나이 먹은 만큼 그대로 늙은 얼굴에 하회탈 모양 자애로운(?) 웃음을 띄워 모든 사람의 눈에 친힌 나의 얼굴... 긴 세월 사는 동안 생긴 은발(銀髮)과 더불어 갖가지 사연(事緣)으로 생긴 이 소중한 실크로드를 지워버린 낯선 나의 모습을 나도 받아 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의 방황을 접기로 한다. 06년 9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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