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월의 가을엔 / 최명운 -
가을, 단풍이 짙게 물들면
누구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 한다
삶이
행복했든 불행했든 간에
현실의 껍질을 탈피하려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을이라서 그렇다
인고의 처지에서 인내하며
지나온 세월을
보상받으려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안정적인 삶을 일구려
원만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짐으로
잠시라도 곱게 물든 가을에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나
한 해를 마무리하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시련의 폭풍이 왔든
향기 물씬 풍기는 꽃밭에서 놀았던
가을 이맘때면
왠지 최면에 걸린
환각 속에 빠지고 싶어 한다
고운 빛깔이 된 낙엽이 되고 싶어 한다
이 가을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