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날의 바람일까 / 우심 안국훈 -
착하게 살았다고 슬픔 없으랴
인심 후한 곳이라고 아픈 사람 없으랴
걸어갈 수 없는 곳에 바다가 있어
밤마다 그리운 파도 일렁인다
더러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푸른 가슴속에 뭉게구름 흐르지 않으랴
날아갈 수 없는 곳에 하늘이 있어
어둠 속 별빛 외로워 반짝인다
산 정상 나뭇가지 끝 잎새에서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산을 태우고
강을 태우고 하늘을 태우더니
기어이 그대 가슴마저 태우는구나
잡을 수 없는 꿈속 사랑일까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마신다
이 가을 다 가기 전까지
겨울여행 동행할 바람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