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 앙증맞은 꽃다지가....

by 이용분 posted Feb 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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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라 앙증맞은 꽃다지가....

      날씨는 으슴프레 전형적인 초봄 날씨다.
      봉긋해진 매화 꽃잎이 배시시 봉오리를 여는가 보다 했더니 뒤질세라
      노란색 산수유 꽃 봉오리도 통통하게 부풀어 올라 노란꽃 끝이 보인다.
      양지 바른 곳에 자리한 진달래가 겨우내 꽃 봉오리를 싸고있던 노르스름한
      겉 껍질을 꼬깔 모자 벗듯이 벗어 던지고 새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해에 떨어진 낙엽들이 며칠전 내린 봄비를 맞고 짙은 흑갈색으로
      축축하게 썩고 있는 흙사이에는 자그마하고 앙징맞은 꽃다지가 언 땅을
      헤치고 벌써 대여섯장의 조그맣고 파란 잎을 펴고 여기저기 근처에
      흩어져서 봄 맞을 연습을 하고 있다. 우리 동요 봄맞이에 나오는
      달래 냉이 꽃닺이 캐면서 가자....의 그 풀꽃이 아닌가.

      산당화도 뒤질세라 큰 콩알만하고 동그란 꽃망울들을 제 힘껏 부풀려
      놓았다. 큰 나무 밑에 자리한 모란꽃 순이 아무도 모르게 누구보다 먼저
      봄 맞을 준비를 했는지 손가락 마디 한치는 되게 잎사귀 새순을
      갖난 아기 손가락이 겨우 펼치듯이 배시시 펴 가고 있다.

      지난 가을에 김장을 하고 겨울에 무국이라도 끓여 먹으려고 파랗고,
      큰 비닐봉투 속에 보관했던 가을 무에 새파랗게 싹이 돋아 나드니
      그 깊은 비닐 봉투속에서 일구월심 주둥이를 찾아서 고생고생 끝에
      세뼘 길이는 되게 자란 무줄기 끝에 연 보라색 무 꽃까지 피워 냈다,
        
      반찬을 하려고 미리 사둬서 시들시들 해진 감자의 오목한 씨눈에도
      보라색을 띄운 통통한 눈이 여럿이 엉겨 붙고 하얀 실 뿌리 까지
      뻗어서 밭으로 가고픈 열망을 안타깝게 드러 내어 놓고 있다.
      정말 그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

      우리집 아파트 앞 발코니 안에는 작년 가을에 친구가 준 앵초의 어린
      모종들을 마을시장이 열리던 날 생선가게에서 얻은 생선을 담았던
      큰 스트로볼 상자에 펼쳐 심어서 겨우내 물을 주며 지성껏 키워온 앵초
      꽃들이 보라 분홍색으로 제 마음껏 꽃을 피워서 제 먼저 이 새 봄을
      구가하고 있다.
        
      제법 쌀쌀한 날씨 속에 깍깍깍 소리를 내며 아파트 근처 덩치가 큰
      은행나무 가지 사이에 얼기설기 걸려 있던 제 헌집을 고치느라 수선을
      떠는 까치가 낡은 나무 가지니 지푸라기등을 물고 와서는 근처 하늘을
      낮게 떠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집수리가 한창이다.
        
      이제 따뜻해 지면 자연의 순리대로 제 마음에 드는 제짝을 찾아서
      뜻 마추어 알을 낳고 품어서 저 들의 후손을 키워 낼 모양이다.
      얼음이 다 녹은 탄천가 물 가까운 기슭에는 부추처럼 생긴 긴 풀들이 물기를
      머금고 벌써 제 먼저 봄이 온걸 알고 한뼘은 되게 길게 자라고 있다.
        
      한겨울에도 떠나지 않고 이곳에 정착한 물오리 일가들도 조류 독감은
      걸리지 않은듯 유유히 물위에 떠서 헤엄을 쳐 다니면서 물풀을 뜯어
      먹느라 사람들이 가까히 가도 개의치 않는다.
        
      오늘은 비록 흐리고 바람 불고 쌀쌀하지만 내일이 오면 밝고 따뜻한
      햇볕이 다시 우리들 세상을 내려 비치면서
      온 누리에 꽃이 피는 봄은 우리를 찾아 오솔길로 달려 오겠지...!!

                                   07년 2월 25일 청초

      
    (꽃다지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