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984 추천 수 13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봄이라 앙증맞은 꽃다지가....

      날씨는 으슴프레 전형적인 초봄 날씨다.
      봉긋해진 매화 꽃잎이 배시시 봉오리를 여는가 보다 했더니 뒤질세라
      노란색 산수유 꽃 봉오리도 통통하게 부풀어 올라 노란꽃 끝이 보인다.
      양지 바른 곳에 자리한 진달래가 겨우내 꽃 봉오리를 싸고있던 노르스름한
      겉 껍질을 꼬깔 모자 벗듯이 벗어 던지고 새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해에 떨어진 낙엽들이 며칠전 내린 봄비를 맞고 짙은 흑갈색으로
      축축하게 썩고 있는 흙사이에는 자그마하고 앙징맞은 꽃다지가 언 땅을
      헤치고 벌써 대여섯장의 조그맣고 파란 잎을 펴고 여기저기 근처에
      흩어져서 봄 맞을 연습을 하고 있다. 우리 동요 봄맞이에 나오는
      달래 냉이 꽃닺이 캐면서 가자....의 그 풀꽃이 아닌가.

      산당화도 뒤질세라 큰 콩알만하고 동그란 꽃망울들을 제 힘껏 부풀려
      놓았다. 큰 나무 밑에 자리한 모란꽃 순이 아무도 모르게 누구보다 먼저
      봄 맞을 준비를 했는지 손가락 마디 한치는 되게 잎사귀 새순을
      갖난 아기 손가락이 겨우 펼치듯이 배시시 펴 가고 있다.

      지난 가을에 김장을 하고 겨울에 무국이라도 끓여 먹으려고 파랗고,
      큰 비닐봉투 속에 보관했던 가을 무에 새파랗게 싹이 돋아 나드니
      그 깊은 비닐 봉투속에서 일구월심 주둥이를 찾아서 고생고생 끝에
      세뼘 길이는 되게 자란 무줄기 끝에 연 보라색 무 꽃까지 피워 냈다,
        
      반찬을 하려고 미리 사둬서 시들시들 해진 감자의 오목한 씨눈에도
      보라색을 띄운 통통한 눈이 여럿이 엉겨 붙고 하얀 실 뿌리 까지
      뻗어서 밭으로 가고픈 열망을 안타깝게 드러 내어 놓고 있다.
      정말 그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

      우리집 아파트 앞 발코니 안에는 작년 가을에 친구가 준 앵초의 어린
      모종들을 마을시장이 열리던 날 생선가게에서 얻은 생선을 담았던
      큰 스트로볼 상자에 펼쳐 심어서 겨우내 물을 주며 지성껏 키워온 앵초
      꽃들이 보라 분홍색으로 제 마음껏 꽃을 피워서 제 먼저 이 새 봄을
      구가하고 있다.
        
      제법 쌀쌀한 날씨 속에 깍깍깍 소리를 내며 아파트 근처 덩치가 큰
      은행나무 가지 사이에 얼기설기 걸려 있던 제 헌집을 고치느라 수선을
      떠는 까치가 낡은 나무 가지니 지푸라기등을 물고 와서는 근처 하늘을
      낮게 떠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집수리가 한창이다.
        
      이제 따뜻해 지면 자연의 순리대로 제 마음에 드는 제짝을 찾아서
      뜻 마추어 알을 낳고 품어서 저 들의 후손을 키워 낼 모양이다.
      얼음이 다 녹은 탄천가 물 가까운 기슭에는 부추처럼 생긴 긴 풀들이 물기를
      머금고 벌써 제 먼저 봄이 온걸 알고 한뼘은 되게 길게 자라고 있다.
        
      한겨울에도 떠나지 않고 이곳에 정착한 물오리 일가들도 조류 독감은
      걸리지 않은듯 유유히 물위에 떠서 헤엄을 쳐 다니면서 물풀을 뜯어
      먹느라 사람들이 가까히 가도 개의치 않는다.
        
      오늘은 비록 흐리고 바람 불고 쌀쌀하지만 내일이 오면 밝고 따뜻한
      햇볕이 다시 우리들 세상을 내려 비치면서
      온 누리에 꽃이 피는 봄은 우리를 찾아 오솔길로 달려 오겠지...!!

                                   07년 2월 25일 청초

      
    (꽃다지꽃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57 김영교 시인의 만개 4 황영자 2007.03.05 1125
1356 마지못해 피는 꽃이 되지 마십시오 김 혁 2007.03.05 1144
1355 찔레꽃의 슬픔. 2 이용분 2007.03.04 1455
1354 [re] 찔레꽃의 슬픔. 3 회천 2007.03.24 1258
1353 인생의 환절기 김 혁 2007.03.04 1057
1352 정월 대보름 달을 보며 기원하시던 어머니... 이용분 2007.03.01 909
1351 들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 혁 2007.02.28 950
1350 서남표 KAIST총장 특별강연 만찬회에 다녀와서 2 김 혁 2007.02.27 1376
1349 [re] 서남표 총장 강연회에서 2 회천 2007.03.02 1186
» 봄이라 앙증맞은 꽃다지가.... 이용분 2007.02.26 984
1347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김 혁 2007.02.24 759
1346 어린 미운 오리가 우아한 백조가 되는 진리가... 이용분 2007.02.20 759
1345 우리가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 김 혁 2007.02.19 658
1344 아름다운 당신에게 김 혁 2007.02.16 684
1343 고통이 주는 선물 2 박현숙 2007.02.16 632
1342 꿈 길에서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고향산천.... 2 이용분 2007.02.14 778
1341 삶의 오솔길을 걸으며 김 혁 2007.02.14 765
1340 우리는 늘 배웁니다 김 혁 2007.02.14 664
1339 오늘 하늘은 맑고 푸르지만... 김 혁 2007.02.10 651
1338 들녘은 아직 겨울잠에 잠긴채 ... 이용분 2007.02.09 757
Board Pagination Prev 1 ... 286 287 288 289 290 291 292 293 294 295 ... 358 Next
/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