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의 슬픔.
오늘은 하루 온 종일 부슬부슬 봄비가 내렸다 추운 한 겨울이 지나서도 두껍고 무거운 검푸른색 옷을 입은 채 묵묵히 현관문 앞을 지키던 수문장 주목이 춘심을 못 이겨 잎 끝에 작은 콩알만한 아기 씨를 매달았다.
봄의 전령인 진달래 꽃 아가씨가 매섭던 지난해 겨울을 잘도 이겨내고 몰래 몰래 숨어서 키워온 연 분홍색 조그만 아기 꽃망울 들을 여기 좀 보라는 듯 갑자기 터트렸다.
한 여름날에 피어났던 새 하얀 찔레 꽃. 온갖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던 은은한 향기와 고은 그 자태를 모르는 이 없으련만 꽃이 지면 나 몰라라 그만 잊혀 지는 게 세상 사.
찔레 꽃 빨간 열매를 집새들이나 개똥지빠귀들이 찾아 와서 제발 쪼아 먹어 주기를 ..... 애 타는 색 빨간색으로 잘 영글어 목 길게 늘여서 기다리는 찔레 꽃 열매의 안타까움이 이 봄비 속에 애처러이 남아 있을 줄은 그 아무도 모르리라.
모진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겨우내 얼어서 굳은 땅 힘차게 밀어 올리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제일 먼저 봄 뜨락을 점령하는 이별초의 도톰한 새순과 샛노란색꽃 아기똥 풀도 뒤질세라 제가끔 돋아나 봄은 이미 이렇게 돌아 와서 있었노라 뽐내고 있다.
키도 덩치도 제일 크지만, 늦 돼어서 초조해진 감나무가 나라고 뒤질소냐 급한 김에 봄 빗 방울을 가지 끝에 매어 달고 높다란 봄 하늘 속에 제 홀로 영롱한 구슬인 양 제멋대로 뽐내고 있다.
2007년 3월 25일이 용분(7)
< 봄비 오는 뜨락에서...>
(참고)* 감나무잎은 봄에 제일 늦게 나오고 새들의 먹이인 찔레꽃 빨간 열매는 지난해에 열린게 아직도 싱싱한 채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