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의 슬픔.

by 이용분 posted Mar 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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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찔레꽃의  슬픔.
      오늘은 하루 온 종일
      부슬부슬
      봄비가 내렸다
      추운 한 겨울이 지나서도
      두껍고 무거운 검푸른색 옷을 입은 채
      묵묵히 현관문 앞을 지키던 수문장
      주목이
      춘심을 못 이겨
      잎 끝에
      작은 콩알만한
      아기 씨를 매달았다.
      봄의 전령인
      진달래 꽃 아가씨가
      매섭던 지난해 겨울을
      잘도 이겨내고
      몰래 몰래
      숨어서 키워온
      연 분홍색 조그만 아기 꽃망울 들을
      여기 좀 보라는 듯
      갑자기
      터트렸다.
      한 여름날에 피어났던
      새 하얀 찔레 꽃.
      온갖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던
      은은한 향기와
      고은 그 자태를
      모르는 이 없으련만
      꽃이 지면
      나 몰라라
      그만 잊혀 지는 게
      세상 사.
      찔레 꽃
      빨간 열매를
      집새들이나 개똥지빠귀들이 찾아 와서
      제발 쪼아 먹어 주기를 .....
      애 타는 색  빨간색으로
      잘 영글어
      목 길게 늘여서 기다리는
      찔레 꽃 열매의
      안타까움이
      이 봄비 속에
      애처러이 남아 있을 줄은
      그 아무도 모르리라.
      모진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겨우내 얼어서 굳은 땅
      힘차게 밀어 올리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제일 먼저
      봄 뜨락을 점령하는
      이별초의 도톰한 새순과
      샛노란색꽃 아기똥 풀도
      뒤질세라
      제가끔 돋아나
      봄은 이미 이렇게 돌아 와서  있었노라
      뽐내고 있다.
      키도 덩치도 제일 크지만,
      늦 돼어서
      초조해진
      감나무가
      나라고 뒤질소냐
      급한 김에
      봄 빗 방울을 가지 끝에 매어 달고
      높다란 봄 하늘 속에
      제 홀로
      영롱한
      구슬인 양
      제멋대로 뽐내고 있다.                  

      2007년 3월  25일이 용분(7)

      < 봄비 오는 뜨락에서...>
      (참고)* 감나무잎은 봄에 제일 늦게 나오고
      새들의 먹이인 찔레꽃 빨간 열매는
      지난해에 열린게 아직도 싱싱한 채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