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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4 22:58

아이를 키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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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아이를 키우는 일

        무슨 일이든 위급한 일은 불시에 일어난다.
      지방에 사는 작은 아들이 손주를 데리고 다니러 왔다. 저녁을 끝내고 온가족이
      편한대로 방방이 T.V가 있으니까 자기가 선호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보러 들어
      가 있는데 거실에 있던 아들아이가 비명을 지른다. 부엌 식탁 위에 놓여 있는
      프라스틱 약병에 들어 있던 내 코레스테롤치를 낮추는 약을 뚜껑을 열고 몇
      알을 입안에 넣었는지 아이가 먹었단다.

        평화롭던 집안이 갑짜기 쑥대 밭이 되었다. 입을 꼭 다물고 안 열려는 손주
      아이의 입을 억지로 열게 하고 얼른 손가락을 집어넣어 남은약을 억지로
      꺼집어 낸다음 입을 물로 가시게 하고
      "그래 약을 넘겼어?" 하면
      "응"
      " 안 먹었어? " 해도
      "응"
      극약은 아니지만 아이가 먹어서는 안될 약임에는 틀림없으니 이제 세살박이
      이 손주를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못 잡겠다.
        
        하는 수 없이 급히 차를 몰고 가까운 큰 병원 응급실을 찾아 갔다.이미 꽤
      늦은 밤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은 우는 어린이들로 시끌 법석이다. 이유
      없이 무턱 대고 울어대는 아이들 때문에 내 아이가 급해서 병원에 왔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한다. 우리 손주는 싱글벙글 병원안을 왔다 갔다 아무 근심이 없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젊고 친절한 여의사가
      "야! 우리 미남!! 약 삼켰어 ?^^"
      "응"  
      "안 삼켰어? ^^ "
      "응"  
      어찌할 바 모르기는 집에서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병원에 올때 정한대로 위 세척을 시키기로 하고...

       부모나 가족들은 모두 나가란다. 드디어 커텐을 치고 위세척을 하는 동안
      아이의 생 울부짖음, 아이 부모의 쓰러질듯한 안타까움, 이를 바라다 보는
      나의 마음, 정말 눈물겹다. 너무나 긴 고통의 시간이 흐른 듯  아이는 영문도
      모를 괴로움을 당하고는 금새 밝은 얼굴이 되어 눈물도 덜 마른 얼굴에 제
      어미를 보더니 안심한듯 웃음을 띄운다. 간호사 언니가 와서 웃기면 까르륵
      웃고, 공연히 멀쩡한 아이를 생고생을 시켰구나.....

       방바닥에 떨어진 동전만을 신경을 써서 있는지 확인 했지 식탁 위에 놓인
      약은 신경을 안 쓴게 잘못이다.그런데 아이가 걸상 위로 올라가서 식탁 위에
      있는 야무지게 닫힌 병뚜껑을 열고 그 약을 먹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우리가 딸아이를 키울때 다섯살쯤 되었을때인가 남편이 타온 월급봉투에서
      돈을 꺼내다 굴러나온 반짝반짝하는 일원짜리 새 동전을 아이가 줏어서
      우리도 모르는 새 얼른 입에 넣고 놀다가 그만 꼴깍 삼켜 버렸다.

      한 밤중에 온 동네 병원을 순례를 했었던 생각에 동전만 걱정했지 약까지는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 한게 불찰이었다.일원짜리는 아주 작지만 구(舊) 십원
      짜리 동전과 다른 동전들은 제법 커서 삼키면 치명적일수 있다,
      그래서 외국의 경우는 동전에 구멍을 뚫어 놓는다고 한다.
      우리 나라 통화발행 당국은 거기에 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것 같다.

       그래도 약이라는건 녹아서 몸에 흡수 되게 마련이니 황급하게 병원에 안 오고
      지냈다면 두고 두고 얼마나 마음이 편치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니 좀
      고생은 했지만 병원에 오기를 참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병원에는 밤이 이슥 할수록 더 많은 아이들이 응급실로 찾아 오는게
      아닌가. 주로 열이 너무 많이 올라서 오는데 부모는 다들 너무나 젊은 아빠
      엄마들이다. 귀 속에 무엇을 넣었는지 아이가 자꾸 귀를 손가락으로 후비는데
      집에서는 알수가 없어서 왔다는 인형처럼 예쁜 네살배기 아가씨.

       바로 옆 침대에 우는 여자아이를 안고서 달래고 있는데 같은 침대 위에서
      멀쩡한 또 한아이 하나는 곤히 잠들어 있다.어인 영문인가 했더니 불임 끝에
      인공수정으로 오년 만에 낳은 일란성 남녀쌍둥이인데 그 중에 누나가 아파서
      병원에 오면서 아기 남동생도 같이 왔다. 함께 사는 총각 삼촌과 묻어서 같이
      병원에 왔단다.

       총각 삼촌이 조카가 울면 집에서 어찌할바를 몰라 할터이니까 온 식구가 몽땅
      병원에 왔다고 한다. 어떤 두세살 배기 아기환자는 들어오자 마자 커텐을 쫙
      들러 치더니 여자 아기의 옷을 몽땅 벗기는데 열이 내리라고 그렇게 한단다.
      좀 있다가 간호사 언니가 세숫대야에 찬물과 수건을 갖어와서 온 몸을 닦아
      준다. 아기라도 여자니까 그렇게 해주기는 해야겠지....  
      아픈 아이는 어리지만 눈치가 멀쩡하니 수집어 하는게 여자는 여자이다.

       가족들이 몽땅 쫓아 와서 그 안타까워하는 모습이란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아이 낳기를 기피하거나 부모 노릇을 소홀히 하지 않나 하던 나의 부정적인
      생각은 아주 깨끗이 지워졌다.우리가 아이들을 키울 때 못지 않게 그들도
      열심히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너무나 흔한 풍경으로 애완용 강아지에 예쁜 옷을 입혀
      가지고  마치 자기 아기 돌보듯이 끌어 안거나 끌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여자를 보면 마음속으로 한심한 생각을 금치 못하곤 했었다. 아이를 키울 한참
      나이에 심심풀이로 개나 키우고 있다니 하고 한탄스러워 해 오던 차다.

      그런데 한 옆에서 이렇게 아기들을 열심히 키우고 있으니 메스콤에서 떠드는
      바대로만은 아닌 우리나라의 장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물론 손주 아이는 어제의 악몽은 까맣게 잊은 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똘똘하고 기분좋게 잘 놀고 있다.  

                                       07년 4월 4일 청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