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병아리 이야기.<1> 초봄이 되면 요즘도 초등학교 앞을 지나노라면 여전히 병아리를 파는 장사와 아이들이 삐악삐악 병아리를 가운데 두고 쪼구리고 앉아서 병아리 흥정이 한창이다. '요 병아린 얼마에요?' "이건 뭘 먹고 살아요? 빙과류 하나를 사먹을 돈이면 그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생명을 살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은 용기를 낸다. 병아리를 사오는 날이면 그 날부터 온 집안은 난리다. 허기사 요즈음 같이 집안에서 개는 물론 돼지 심지어 취미로 악어까지 키우는 다양한 취미 생활들을 하게 되었으니 이는 이야기꺼리도 되지 못하는 세월이 돼 버렸다. 그래도 그런걸 키우는 일은 몇몇 유별난 사람들의 이야기고 보통은 지금도 그러면서 있을 것이다. 병아리가 사올 때 먹이로 함께 사온 메좁쌀을 잘 먹지도 않고 눈을 딱 감고 "삐약삐약" 처량한 소리를 내면서 깜빡깜빡 졸기라도 하는 날이면 아이도 덩달아 밥도 먹지 않고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 노심초사를 한다. 그러다 애 타는 아이의 마음은 아랑곧 하지 않고 십중팔구는 죽고 만다. 그 병아리는 이미 선별하여 숫평아리 거나 시원찮은 판정을 받고 온 것들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결과이다. 그러면 마당 한구석에 땅를 파고 예쁜 종이에 싸서 고히 묻고는 나무가지로 십자가도 만들어 세워놓고 하늘나라 좋은 곳으로 가라고 두눈 꼭 감고 두손 모아 기도까지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큰 슬픔은 물론 죽음에 대한 예비 지식까지 가르쳐 준다. 그래도 이쯤은 아주 준수한 편이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지만 요즈음 아이들은 아파트 높은 층에서 일부러 떨어 뜨려 죽나 안 죽나 실험해 보는 아이도 더러 있다고 한다. 정말 비정한 이야기고 생명 경시의 걱정스런 사태이다. 어느 날 우리 집 막내가 초등학교 1,2 학년 시절 학교에 갔다 오다가 길에서 홀로 헤메어 다니고 있는 어린 병아리를 한 마리 주워 왔다. 어지간히 죽을 고비는 겨우 넘기고 날개 죽지가 쪼그맣게 나기 시작한 어린 병아리다. 주인을 찾아 줄 수도 없고 하는수 없어서 매일 물과 먹이를 주니 그 한 마리 병아리는 죽지도 않고 먹이도 잘 먹으며 건강하게 잘 자랐다. 그러나 홀로 두니 날만 새면 혼자서 사방을 갸웃거리면서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몸짓으로 애절하게 삐약 거리며 우는 소리가 애처럽다. 마침 지나가는 병아리 장사한테서 비슷한 크기의 병아리 한 쌍을 더 사서 합이 세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우린 아이가 셋이니 그들도 세 식구를 만들어 준 것이다 . 한 마리씩 모두에게 누구 닭이라고 이름을 붙여주고 감자나 고구마껍질, 국에서 나온 며루치 건더기, 닭 사료도 먹이고 가까운 시장에 가서 배추 잎도 얻어다 주게 하고 아무튼 닭장 청소도 시키고 닭장이라야 예전 연탄난로 가장자리에 둘렀던 철사 망이 마당이고 사과 궤짝은 집이 되었고.... 하루는 볼일 보러 나갔다 돌아 와 보니 예의 막내가 병아리들을 비누로 깨끗하게 목욕을 시켜서 앞마당 빨랫줄에 나란히 널어 놓은게 아닌가.... 지저분해서 목욕 시켜주고 젖은 털 빨리 마르라고 그랬단다. 아직 어린 병아리라 날지는 못하고 빨래 줄에 널려 가지고 줄이 흔들리는 대로 어지러운 듯 두 눈을 꼭 감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조그만 발가락을 오므리고 안간힘을 하는 것이었다. 또 한번은 다라이에 물을 하나 가득 담아 가지고 물바가지를 뒤엎어 띄워 놓고 그 위에 병아리를 태워놓고 바가지를 빙빙 돌리고 있다. 그러면 아이는 재미있었겠지만 병아리는 어지러워서 얼마나 혼이 났을까. 왜 그랬느냐고 물어 보니 미안 해 하면서 `병아리도 재미 있으라고` 떠둠떠둠 대답을 한다. 요즘도 초등학교 앞을 지나노라면 여전히 병아리를 파는 장사와 아이들이 삐약삐약 병아리를 가운데 두고 쪼구리고 앉아서 병아리 흥정이 한창 변한게 별로 없다. '요 병아린 얼마에요?' 이도저도 모든게 우리에겐 다 지나가 버린 아련한 옛 이야기.이제 우리 아이들이 저희들의 아이들에게 이봄 또 같은 이유로 병아리를 사주어야 될 것이다. 물론 좁쌀 먹이도 함께..... (다음에 또) 07년 4월 29일 청초 |

2007.04.29 11:18
병아리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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