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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꽃)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다.

      물김치 담글때 넣으려고 샀던 쪽파가 남아서 미처 못먹고 뒷곁에 두었었다.
      싱싱하던 이파리는 차차 시들어서 누렇게 되더니 결국은 썩어 버렸다. 버릴
      생각으로 쓰레기통에 넣으려다 보니 통통한 뿌리에 파란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버리려던 생각을 거두고 흙이 담긴 빈 스트로폼 상자에 줄을 세워 심어 놓았다.

      몇 년 전에 양재 꽃시장에서 좀 비싸게 사온 금산죽이라고 보통 관음죽 보다
      이파리가 좁은 관상수가 시름시름 시들면서 죽어 간다.
      이 나무가 무성하기를 바라면서 녹차 먹은 찌꺼기를 열심히 주고 때때로 인삼머리
      자른 귀두까지 얹어 주면서 다른 화초보다 유별나게 사랑을 쏟으며 무성하게
      잘 크기를 바랐는데 너무 정성을 들인 탓인가 ....

      자고로 너무 눈총을 쏘면 주눅이 들어서 좀 잘 안되기 마련인 것 같다.
      잘 낳으려고 벼르고 낳은 딸이 언챙이를 낳는다던가.

      초등학교 때 습자를 쓸때 잔뜩 연습을 해서 남은 습자지의 마지막 장에 이제는
      정말 잘 써야지 하고 정성을 들이면 오히려 망치게 마련이어서 하는수 없이
      결국은 연습한 것 중에서 골라서 좀 괜찮은걸 내게 되곤 했었다.

      젊었던 시절 한때 나는 사군자를 친적이 있다. 선생님께 낼 숙제를 그릴려면
      멋지게 훽을 그어 나가야 될 난초 이파리가 그만 지진을 만난 듯 구불구불 망쳐
      버리기 일수다, 결국 너무 자주 그리 되는 바람에 난초 치기를 접고 벼루와
      먹만 남아서 내 머리맡에 두고 매일 마음속으로 난초를 치며 보낸 세월이
      이 삼십 년 흘렀다.

      그리고 남은 것이 또 있다."청초"라는 호다.   
      내가 만약 사군자를 안 배웠더라면 이런 호가 있었을까?
      사군자를 가르치셨던 스승님은 이미 고인이 되신지 오래다.

      그리 유명한 분은 아니기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어느 날 반상회에 가서
      반상회가 열린 집 벽 가운데 걸려 있는 옛 스승님의 작품을 보면서 마치 그
      스승님을 만난 듯 반갑기 그지없었다.

      몇 십년을 보려면 나무를 심고 몇 백년을 내다 보려면 사람을 키우랬다고
      내가 비록 유명한 서예가는 못되었지만 이렇게라도 남아서 그 선생님을
      추억하는 걸 보면 제자를 키우는 스승이라는 자리가 제일 생명력이 영원한
      직업인 것 같다.

      또한 더할데 없이 생명력이 영원한 것은 부모님의 사랑이다.
      이미 돌아 가신지 몇 십년이 흐른 지금까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살아 계셔서
      어떤 일에 처했을때 잘 잘못을 가려 주시는 그 분들의 가치관, 무한한 은혜에
      감사를 드리다가도 가다가는 아직도 철부지 어린 아이인양 누구에게도 못 해보는
      투정과 억지도 써 보는 부모님께 향한 마음이 가장 생명력이 긴 영원으로 통하는 
      사랑의 샘물인 것 같다.
                                      
                                            07년 5월 31일 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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