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색깔논쟁'이 금기 조목에 들어 있다. 나는 본디 누구를 만나도 고향을 묻는 적이 없다. 학벌을 묻는 적이 없다. 단지 부모가 낳아주어 그 고장 사람이 되었을 뿐 태어난 본인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일이기 때문에 고향을 묻지 않는다. 학벌을 묻지 않는 까닭은 졸업한 학교의 간판만 내걸고 오히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색깔'이란 결국 이념을 뜻하는 것인데 오늘의 한반도처럼 북에는 공산주의가 남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이념적 대립을 바탕으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이 마당에 상대방의 색깔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는 무슨 일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인 누구를 만나나 나는 이 질문만은 하고 싶다. 첫째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6‧25가 남침으로 시작되었다고 봅니까 아니면 북침으로 시작되었다고 봅니까?” 두 번째 질문은 “당신은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이기기를 바랍니까 아니면 북의 인민공화국이 이기기를 원합니까(물론 이미 다 끝난 전쟁이긴 하지만)?” 세 번째 질문은 “당신은 소련이 무너진 것을 다행이라고 여깁니까 아니면 불행이라고 여깁니까?”
나는 6‧25가 북침으로 시작되었다고 대답하는 놈, 6‧25전쟁에서 북이 승리하기를 바란다는 놈, 소련이 무너진 것을 매우 불행한 일로 여기는 놈-이런 놈들은 사실 대한민국에 살 자격이 없는 놈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약 10년 동안 북은 자유롭게 남으로 간첩을 보내는 모양인데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대답을 하는 놈들은 대개 그런 간첩들이거나 아니면 그 자들에게 포섭된 놈들일 것이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굳게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정부를 갈망하는 까닭은 이런 한심한 놈들을 정부를 비롯한 모든 단체에서 몰아내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이런 정신박약아들, 악질분자들을 대한민국 땅에서 몰아내지 않고는 한반도가 21세기 태평양의 새 시대에 주역이 되기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7년 12월19일에 있을 이 나라의 대통령 선거는 어쩌면 역사에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http://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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