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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롱 꽃)
    엉겅퀴꽃 [정원 이야기...](전편)  (원제: 우리 집 정원에서...)

    지난주 까지만 해도 대문 옆에 기대어 피어서 우리 가족은 물론 길을 지나
    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던 하얀 찔레꽃은 그만 제 몫의 할일을 다했다는
    듯 전부 시들어서 꽃 밭침 밑에 작은 콩나물 콩 만한 초록색 열매가 열려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초롱꽃을 매어 달고 대문 옆과 정원 가운데에 만들어 놓은
    오솔 길 양옆으로 너도나도 피어 있던 초롱꽃이 이제는 말라서 그 잔재 만이
    처량하게 매달려 있다

    지금 부터는 내 차례라는 듯 노란 달맞이 꽃 ? 지금은 아파트로 이사가서 이제
    여기에는 안 살고 있는 어떤 나의 친구의 동생이 미국에서 다니러 올때 가방속에
    몇뿌리 넣어 가지고 온 꽃인데 그 후 그것을 퍼뜨려서 내게도 몇포기 논아 준것을
    심은 것이 해마다 온 마당에 퍼져서 예쁜 노란색으로 마음껏 뽐내고 있다.

    나도 그후 우리 이웃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워서 그 꽃들이 동네 마당 곳곳에
    피고 있는데 그 이름은 식물 도감에도 안나와 있고 우리 달맞이꽃 보다는 꽃
    잎이 확실하고, 우리나라 철로 변이나 강둑에 많이 피는 우리 달맞이꽃은
    밤에는 피고 낮에는 시드는데 이 꽃은 반대로 낮에는 활짝 피고 저녁이 되면
    오므린다.

    그 꽃을 배경으로 엉겅퀴의 고은 와인색 꽃이 또한 제 철을 구가한다.
    단연 그 빛깔의 화려함이 벌 나비는 물론 카메라의 눈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향기도 좋은지 요즈음에는 여간해서 이 곳에서 찾아 보기 힘든 나비들이
    어디선가 두세 마리씩 날라 와서 벌과 함께 경쟁이라도 하듯 다른 꽃들은
    거들떠도 안 보고 이 엉컹퀴 꽃에만 모여 들어 꿀 채취가 한창이다.

    그 잎은 어찌나 날카롭고 가시가 많은지 함부로 남의 접근을 거부한다.
    먼저 핀 것들은 보기에도 처참하게 시들고 망가져서 짙은 갈색 껍질 속에
    쌓인 솜털이 우리네 노인들의 흰 머리카락 모양으로 하얀 갈색으로 변했다.

    `어서 쎈 바람만 불어다오 그러면은 씨를 온 군데로 퍼뜨릴 것이다` 하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 그 화려함이 무너진 허망함이란 마치 우리
    인생사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작약꽃은 모란과 잘못하면 혼돈 하기쉽게 비슷하다. 모란은 나무로 된 줄기가
    있어 해마다 그 나무 줄기에서 꽃순이 돋아 나서 꽃을 피우지만 작약꽃은 조금
    억센 줄기가 해마다 땅에서 부터 새로 돋아나서 꽃을 피우는데 가을에 서리를
    맞으면 슬어진다. 이 꽃도 오래 묵으니 그 힘이 약 해져서 요 근래에는 꽃을 잘
    피우지 못한다. 우리 집 꽃은 연 분홍색과 촌스러운 진분홍색이 피었었다.

    십 여년 동안이나 같은 그 자리에 틀림없이 봄이면 싹이 돋아 나서 꽃들이
    피어나서는 여름이면 이 곳 우리집 정원 터주대감 같았던 진분홍색과 흰색
    접씨꽃은 재작년 강추위에 얼어서 죽은 뒤 씨를 얻어다 수도없이 여러번
    심었건만 겨우 한포기가 다른 장소에서 작은 꽃봉오리를 머리에 단채 크고 있다.

    어떤 색의 꽃이 피어 날런지....  
    오늘 아침 시원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만 엉겅퀴의 영근 씨앗들이 이때다 싶은지
    훨훨 바람결 따라 마지막 여행을 떠나간다.

    지금 그 씨앗은 자유로운 선택이 그 앞에 놓여 있다.그래도 멀리는 못가고 우리
    정원 어디엔가 내려 앉아 내년이면 우리집 정원 곳곳에 뿌리밖고 피어나는
    예쁜 엉겅퀴꽃을 보게 될것이다.           

                                       07년 7월 3일  청초

           ( 엉겅퀴 꽃)


  • ?
    꽃나리 2007.07.03 16:12
    여러가지꽃이야기를써줘서 잘읽었고 엉겅퀴꽃은 많이봤는데 이름을몰랐어요.
    음악도좋고 글도재미있게읽었어요.항상행복하게지내세요.
  • ?
    이용분 2007.07.03 22:01
    꽃나리님, 반가워요^^

    그간도 잘 지났어요?
    그전 화곡동 집 이야기에요.

    이제 아파트에 살다보니
    그 시절이 그립군요.

    매일 땅을 밟고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실감합니다.

    이제 7일에 만나요.^^
    그때까지 안녕.!!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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