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에서)
올해에는 벌써 장마가 끝 났노라는 일기 예보와는 달리 時도때도 없이 안개가 끼고 비도 간간이 쏟아진다. 아침저녁으로 사이사이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성미 급한 귀뚜라미가 어느듯 조심스럽게 울기 시작 했다. 어느 날 탄천가에 하루살이들이 갑자기 눈을 뜰수 없게 성하기에 어디에서 이런 것들이 왔을까 생각했더니 뒤 미쳐 보리 잠자리떼들이 나타는게 아닌가! 이 들이 하루살이가 성하는 시기에 때 마춰 나타나는 걸 보면서 이를 먹이로 하고 살라는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깨닫게 된다. 여름이 어지간히 깊었다고 계절을 알리듯 탄천가를 날라 다니던 이 보리 잠자리떼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이제 중복이 지났으니 앞으로 절기는 가을을 향해 달려 갈 모양이다. 오랜 비 끝이라 우리 아파트 뒷 결에 있는 냇물에 물 흐르는 양도 많아지고 동리 아해들이 모여서 물 속에 굵은 돌들을 모아서 쌓아 놓은 돌무더기 턱으로 인해서 아주 맑은 물이 제법 깊게 고여 햇볕에 반짝반짝 빛나면서 물 속이 훤하게 들여다 보인다. 마치 심산 유곡이 이곳이로구나 싶게 시원하다. 물막이를 넘어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제법 높은 층에 자리한 우리 집에서도 밤낮으로 냇물 흐르는 소리가 졸졸졸 들리곤 한다. 오늘 탄천을 걷다 보니 큰 빗물이 쓸켜 내려간 시냇가의 풀들이 진흙을 뒤집어 쓴채 물이 흘러간 방향으로 머리 결 모양 모두 누워있다. 간간히 들오리가 올해 새로 깐 어린 오리들이 있는지 그 들이 숨어서 서로 애 타게 찾는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어인 일인지 이곳에선 들은적이 없는 맹꽁이의 맹맹 소리도 간간히 들리는게 아닌가. 이들이 상류에서 떠내려 왔나? 문득 어린시절 나의 바로 밑의 두 살 아래 남동생과 비가 온뒤 개울에 고기 잡으러 갔던 생각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주신 헌 대나무 소쿠리를 가지고 동생과 함께 개울로 고기를 잡으러 가서 물이 흐르는 아랫 쪽을 소쿠리로 막고는 윗쪽 물속에 잠긴 물풀을 한쪽발로 쿡쿡 찔러서 몰다보면 어쩌다 붕어 미꾸라지등이 잡히면 너무나 즐거운 마음에 쾌재를 부르곤 하였다.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요,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 이 병에 가득히 넣어 가지고서~~~ 랄랄라 온다 야 ! )^^ 장난으로 배 모양 띄워 본 동생의 고무신발 한 짝이 급한 물살에 떠내려가 버려서 어린 마음에 동동동,,. 어찌 하나 한참 걱정에 휩 쌓였던 기억까지도 지금에 와서 보니 동화 속 그림처럼 아련하기만 하다. ( 참고로: 그당시는 해방전 일제 강점 말기, 2차대전 전쟁으로 물자가 아주 귀한 시절이라 <게다> 라고 하여 나무로 만든 나막신을 신던 시절이어서 고무신은 아주 귀했었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집에 와서 어린 붕어나 송사리들을 맑은 유리 물병에 넣고, 좁은 병 안에서 나를 처다 보고는 눈을 띠룩띠룩 거리면서 활발하게 아래위로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그 작은 고기들을 눈앞에 가깝게 드려다 보면서 즐거워하던 정경도 생각난다. 그러나 성질이 급한 어린 붕어들은 나의 기대와는 달리 금새 죽어 버리고 버들치라는 고기만이 오래 살아 있곤 했다. 이 물고기는 생명력이 아주 강한 물고기인지 한 겨울에도 어름 사이에 끼어서도 잘 살아 있는 어종이다. 잠자리 잡으러 다니던 기억도 잊혀지지 않는다. 장마 끝에 잠간 햇볕이 나면 넓은 들판을 요리 저리 사람을 피해가며 빠르게 날던 보리 잠자리 떼들... 이 잠자리는 몸이 좀 탁한 오랜지 색이다. 굵은 철사를 둥글게 만들어 장대 끝에 매어 달고 지붕 끝에 밤새 쳐놓은 거미줄을 여러겹 입혀서 잠자리채를 만든다. 이리저리 뛰어 다니면서 어렵게 잡은 잠자리를 손가락 사이에 날개를 끼워서 전리품 인양 들고 와서는 책상 서랍이나 보르지 상자 안에 넣어 두면 하루 밤만 자고 나서 보면 산것은 몇마리 남지 않았다. 물론 남동생과 같이 잡은 이 잠자리들.... 그때 내나이 여덟~ 아홉살때 일이다. . 益蟲인 그들을 왜 그렇게 많이 잡아다 애꿎은 목숨 버리게 했을까....? 이 나이에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다.^^ 눈망울도 크고 몸집도 큰 왕잠자리, 일명"말 잠자리"인 그 녀석들은 마치 지금의 파랑색 육군 헬리콥터 같은 생김새이다. 이 잠자리는 주로 연못이나 물가에 많이 날라 다니는데 거의 쌍쌍이 붙어서 날라 다니기도 한다. 혼자 날라 다니는 녀석들을 잡으려면 숫 잠자리를 잡아서 발을 실에 묶고 잠자리 배에 호박꽃술에 붙어있는 노란색 꽃가루를 문지르면 영낙 없이 연한 배추색 암잠자리 처럼 보인다. 이를 날리면 숫 잠자리들이 암 잠자리로 착각하고 와서는 "사사삭" 날개 부딛히는 소리를 내고 붙여 가지고 달아 나려고 하다가 잡히곤 한다. 지금 돌이켜 보니 나는 남동생 따라 남자들이 하는 놀이를 많이 하고 놀았던것 같다. 그 시절에는 무슨 시름이 있었을까 !!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나에게는 아늑한 요람이었던 것 같다. 초봄에 꽃이 피어나고 새싹이 돋던 시절, 봄 노랫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데 이제는 제 아무리 더워도 어느 듯 우리 마음 속에는 이제 가을을 생각하게 한다. 주 오일제 근무를 시행한 후 우리들의 삶도 패턴이 아주 짧게 느껴져 한 주일도 너무나 빨리 마감을 한다. 우리의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쉬지도 않고 밤낮 없이 흐르는 시냇물 따라 너무나 빠르게 가버린 무심한 이 세월을 무엇으로 잡을꼬.... 2007년 7월 26일 청초. (경기도 양수리 강가 풍경) |

2007.07.26 15:01
시냇 물 처럼 흐르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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